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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영잉 Aug 09. 2023

그리고, and draw

스타벅스 최초 개인 그림 전시, 한국인 강현우 작가


세계에서 가장 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라하성 스타벅스에 최초로 개인 그림이 전시 됐다.

그림의 주인은 바로 한국인 일러스트레이터 강현우님!^^

같은 집에서 같은 밥 먹고 지내는 식구이자, 여행 중 만난 멋진 사람 중 한 명이다.

다음 여행이, 다음 그림이 기대되는 사람.


카페 곳곳에는 현우 작가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린 그림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특히 프라하를 주제로 그린 그림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벽에 걸린 그림을 천천히 살펴보는 금발의 손님들 사이에서 나도 함께 벽을 따라, 색연필이 스친 자국 한 줄 한 줄을 따라 걸었다.




* 현우 작가 인터뷰 기반, 일인칭 주인공 시점 비하인드 스토리 *


1.

요르단 페트라 사원에서 마주친 한껏 치장한 낙타,

코를 관통하는 코뚜레부터 등의 안장까지 엮인 색색의 자투리 천이 화려하게 덮여있다. 낙타가 관광객을 등에 태우고 주인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보니 한편으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저 낙타는 분명 자유를 갈망하고 있겠다.'


그러던 중, 다음 여행지인 아프리카 깊숙한 곳에서 야생 낙타를 보게 됐다. 얼굴 어느 곳에도 구멍 난 자국 없이 자유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들은 무척 마르고 윤기가 없었다.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는 듯하지만 충분히 배불릴 만한 것을 먹지 못한 듯했다.

'이들에게 자유란 뭘까?'


요르단 관광지의 치장한 낙타들의 배부른 삶을 너무 쉽게 동정했던 것이 생각났다.

맞다. 각자의 삶이 꼭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검은 도화지 위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낙타를 그려본다.



2.

스타벅스 사장님과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날, 사장님은 주로 작은 종이에 그린 내 그림을 보고 큰 그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어떤 걸 그려볼까.'


계속된 고민 끝에 일단 A2 사이즈 종이를 샀다.

'너무 크다...'


프라하 지도를 로고에 넣어보기로 했다. (여백의 미를 살릴 수도 있고 말이다...) 재밌는 작업이 되겠다 싶었다.


드로잉은 내가 자주 가는 까를교부터 시작됐다. 까를교와 함께 그 아래 흐르는 강물을 표현하고, 길을 따라 프라하성, 화약탑, 수도원 그리고 분수대를 그려 넣었다. 이 그림을 따라가면 정말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3.

여행하면서 많은 편견이 무너졌다.

에티오피아에는 커피 세레모니라는 문화가 있다. 어느 집에서든 손님을 맞이할 때면, 부엌에서 직접 생원두를 볶아 절구에 빻아 커피를 내려주는 문화이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가정집에서 묵었을 때의 일이다.

아침까지 단잠을 자고 있는데, 문득 숨이 턱 막혔다. 눈을 뜨니 집이 뿌연 연기로 가득해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불이 난 것이라 생각하고 호들갑을 떨며 일어났는데, 부엌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태연하게 아침인사를 건네셨다.

"잘 잤니?"


집 밖으로 연기를 빼는 장치가 없으니, 커피 볶는 연기로 집이 가득 매워진 것이다.


얼마 뒤, 소주잔 크기 정도 되는 전통 찻잔 30개쯤을 테이블에 가득 올려놓으시곤 한입 분량의 커피를 각 잔에 따르셨다. 한 명당 세 잔을 고르는 것이다. 각 잔 마다 '우정, 행복, 사랑'을 축복했다.


이곳에서 커피콩 따는 일을 하는 세 자매를 만났다.

이전까지 커피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나도 모르게 '착취'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렸더랬다. 아무래도 미디어로 접한 커피 농장 콘텐츠는 주로 '실태'가 수식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나의 고정관념을 깨 주었다. 커피콩을 따는 그 일을 무척 사랑했고,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4.

여행 내내 함께했던 배낭을 그렸다.

배낭에는 색연필통(체스키크룸로프 에곤쉴레 전시회에서 가져온 얼굴 모양 스티커가 붙은), 이보와 산슬이가 선물해 준 빨간 휴대용 칼, 텀블러, 하트모양 랜턴, 꽃, 그리고 별이 담겨있다.


그림에는 색칠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처음부터 빈 공간은 아니었다. 계획대로 배낭의 형태를 잡고 색을 채워 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때마다 스스로, '내가 바라던 어른에 가까워졌다'라고 생각했지만, 이 배낭을 메고 다니며, 날 가두던 딱딱한 무언가가 많이도 깨졌다. 깨지고 다시 채우는 과정이 즐거운 것임을 깨달았을 때, 삶이 참 신기했다.


아직 채울 것이 많은 가방을 메고 있기에 배낭의 한편은 채색하지 않은 채 두기로 했다.

(더 이상 칠할 힘이 없던 것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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