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앞에서 커진 마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눈에 띄게 달라진 건
햇빛의 각도와
땅의 냄새였다.
마당에 쌓여 있던
마른풀을 걷어냈다.
밭을 만들며
나는 생태텃밭을 꿈꿨다.
자연의 편에 서보고 싶었다.
나무와 벽돌로 작은 틀밭을 만들고,
비닐은 덮지 않았다.
흙도 깊이 뒤집지 않았다.
조금 느리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게 맞는 방식이라고 믿었다.
풀은
내가 직접 뽑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시간은
조금 더 들여도 괜찮다고 여겼다.
그렇게
나는 밭을 만들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농부시장 마르쉐에 찾아가
토종 씨앗과 모종을 사 왔다.
부족한 것은 읍내 장에 나가서 채웠고
이웃들은 남는 모종을 보탰다.
세 자매농법 이야기에
마음이 설렜다.
옥수수는 기둥이 되고
콩은 기대어 오르고
호박은 바닥을 덮는다.
누군가는 서 있고
누군가를 오르고
누군가는 낮게 깔려 자리를 지킨다.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자라는 구조.
그걸
우리 삶에도 심어보고 싶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들고
제초제 대신
마른풀과 낙엽을 모아 흙 위로 덮었다.
버리지 않고
돌려보내는 방식.
그 작은 텃밭 안에서
나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쌈채소와 감자, 고수
고추, 토마토, 가지, 고구마
아스파라거스, 호박, 오이, 쑥갓, 열무.
딸기, 브로콜리, 양배추, 옥수수.
해충을 막아줄 꽃들과 허브.
어릴 적 기억이 묻어 있는
앵두나무와 보리수나무까지.
심을 것들이
자꾸만 늘어났다.
100평이 넘는 땅이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밭이 좁게 느껴졌다.
여기엔 이걸,
저기엔 저걸.
아직 다 심기도 전인데
이미 자리가 모자란 기분.
텃밭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아침에 나가 보고,
점심에 다시 보고,
저녁에 또 한 번 살폈다.
땅에서 무언가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계속 밖으로 불러냈다.
그 시절의 나는
텃밭 앞에서
이상할 만큼 들떠 있었다.
봄이 지나 여름으로 넘어가는 동안
내 손에는
씨앗과 모종이 점점 더 늘어났고
그만큼 일거리도 늘어났다.
그때의 나는
그걸 풍요라고 믿고 있었다.
애써 만들어낸 구조와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방식들까지
모두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