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야 가까워지는 기술
텃밭은
나를 밖으로 불러냈지만,
그 땅이 모든 걸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모종은 심을 수 있었지만
그 다음은 잘 몰랐다.
씨앗은 틔웠지만
어떻게 더 잘 먹어고,
어떻게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는지는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어졌다.
나는 수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골에는 그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배움은
도시에 더 많았다.
마크로비오틱 식단을 배우기 위해서
고가의 수강료를 결제했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서울로 떠나는 첫 차를 탔다.
요리수업을 듣고 돌아오면
이미 저녁이었다.
제철요리와 발효를 배우고
발효종을 길러 토종밀빵을 만들고,
잡초를 채집해 요리하는 법을 익혔다.
밀랍초를 만들고,
노끈으로 그물가방을 짰고,
집수리를 가르쳐주는 워크숍에도 찾아갔다.
전국을 오가며
생활기술을 모았다.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은 땅처럼
내 안에도
무언가가 동시에 풀려나고 있었다.
시골에 내려와
처음 맞는 따뜻한 계절.
햇빛이 길어질수록
나도 함께 길어졌다.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다.
''지속 가능한 삶'과
'적정기술'이라는 말이
드디어
내 삶 가까이로 들어왔다.
수업을 들으러
다시 도시로 올라가는 길이
이상하게도 익숙했다.
서울에서 있을 때는
눈길도 주지 않던 것들이
시골에 오자
절실해졌다는 사실이
조금은 우스웠다.
내 일정표는 점점 빼곡해졌고
배우고 싶은 것은 계속 늘어났다 .
자급자족을 배우는 데에도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일까.
몸은 바빴고
마음도 쉴 틈이 없었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게 즐거웠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