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별.
통영에 도착한지 3일째 되는 날. 나는 솔직히 통영에 대한 별 감흥이 없었다. 첫날은 통영에 늦게 도착한 탓에 서울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하고, 둘째 날 거제도의 몽돌 해변과 바람의 언덕, 그리고 신선대를 갔다 왔다. 하지만 황금연휴를 놓칠 리가 없는 사람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통영 바다를 보기 위해 통영에 찾아와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면 그곳엔 사람이 항상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나는 풍경을 느끼고 생각을 더듬을 시간도 없이 사람들의 행렬에 빠져 지나쳐 버린 것들이 너무 많았다. 복잡한 상황 속 알 수 없는 생각들은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지만,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생각을 접어두고 아무 생각 없이 마지막 날 오른 소매물도행 배를 탔다. 오히려 생각을 놔두고 모든 것을 바라보니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나를 반겨주는 듯했다. 움직이는 배를 따라 변하는 섬, 그리고 빛을 머금은 아름다운 바다가 있었다.
그 순간 나의 눈에 진한 고독과 외로움이 보였다.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아주 진한 향기를 내뿜었다. 나는 그 향기에 이끌려 눈을 돌리지 못하고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나라도 봐주지 않으면 그 어떤 무엇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분명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소중하게 사용되었을 것이다. 언제였을지 모를 순간에 누군가의 손길에 누군가의 눈길에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존재 그 자체가 증명되었을 나무 상자 곁에는 지금 그 무엇도 없었다. 허무와 고독 그 자체였다.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곁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에는 어떤 느낌이 나를 감쌀까. 평생 나를 바라봐 줄 누군가가 있긴 한 것일까.
끊임없이 반복되는 물음과 생각에도 나는 결국 알지 못했다. 알 방법이 없었다.
순간 내가 한심했다.
확실한 것 하나 없는, 언제 혼자가 되어
어떠한 시선도 받지 못하고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로
둥둥 떠다닐 수도 있는 삶에
무엇을 그렇게 확실하게 하겠다고
자신의 아름다움의 문을 닫은 채로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가끔은 내려놓고
조금은 감성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내가 얻은 최선의 정답이었다.
나를 압도하는 풍경에
잠시 나를
그 자리에
붙여본다.
1초에
내가 받아들이는 60장의 사진
그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느껴본다.
조금은 과하게 부는 바람,
매연 약간 섞인 바다 냄새,
배 소리가 시끄러워
이어폰을 귀에 대고 틀어 놓은 사랑 노래,
밝게 뜬 햇빛을 나의 눈으로
안내하며 일렁이는 잔잔한 바다를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
소중한 여행을.
매일을 살지 말고
오늘을 살아요.
시간에 살지 말고
순간을 살아요.
생각은 접어두고
조금은 감정에 살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