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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은 Apr 04. 2016

잊기 위한 여행

분명 둘인데 나의 옆엔 아무도 없었다.



 이번에 무작정 혼자 떠나온 강릉 여행엔 설렘이라는 단어보다는 쓸쓸함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여행이란 설렘을 안고 떠나야 하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설렘이 없었던 이유는 뭘까. 사실 이번 여행은 너를 잊기 위한 여행 이었다. 사랑을 시작하지 못해 괴로운 너를 잊기 위한 나의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해야 하나.     


이른 저녁 강릉 사천 해변에 도착 후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기로 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그곳엔 낯선 사람들이 한 가득했다.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술을 먹는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기 직전 이였다. 낮 가리는 것으로는 거의 국가대표 급인 나에게 이러한 분위기는 정말 생소하고 힘들었다.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각자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각자 서로의 이름과 사는 지역 직업 등, 자기 자신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 자기소개를 시작할 때마다 사람들의 눈빛은 호기심과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진풍경 이였다. 이런 문화를 처음 접한 나로서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 속 너를 잊은 듯했다. 하지만 내 속 마음은 밖에 나가 어서 너를 생각하라고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 너를 불러 옆에 두고 바라보라고 계속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술자리는 끝날 줄 모르고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 호감에 이끌려 매력에 이끌려 그렇게 다들 사랑에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조용한 항구에 걸쳐 앉는다.           



힘없는 소리 없는

            울렁거림 속에 가득 피어온다.    


왜 힘이 없을까. 밝은 가로등 불빛들이 힘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적막함이 나를 집어삼킬 듯 한 밤바다에 잠시나마 나를 던진다. 부서지는 파도와 함께 울렁이는 왠지 슬픈 주황빛 가로등들. 너도 나도 힘없이 춤을 춘다. 나를 바라보는 듯 한 가로등 불빛에 구슬픈 춤사위에 나도 따라 춤을 춘다.

나는 힘이 없다. 소리 또한 없다.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소리 없는, 힘을 잃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주 불쌍한 아이이다.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다가갈 수 없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우성은 오늘도 나를 가로등 불빛에 나 자신을 대입하게 만든다.

아름답다.라는 감정을 느끼기 전에 너를 먼저 느껴버리는 나 자신이 밉다. 너무 싫다. 순간 밤바다가 밝게 흐려져 눈을 뜨기가 힘들다.    




 울렁임 속 가득 피어온다.    


적막한 밤바다에

힘없이 부서지는

주황색 가로등.    

고요하게 치는 파도 속에

울렁거리며 슬픈 몸짓을 시작한다.    


내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힘없이 흐느끼는

고요한 움직임.

그 움직임 속에

한없이 젖어 들어간다.    


너는 내 마음 알까.

끝없이 바라는 마음.

깊이를 알 수 없는

검디검은 적막한 밤바다 속

나를 던져본다.    


힘이 없다.

힘이 없는 나의 생각 속에

막을 방법이 없는

한봄에 아름다운 꽃처럼

너는 나의 마음속

가득 피어온다.


-        

 전날 밤, 나의 입에서는 해서는 안 될 말들이 가득 차올라 너에게 까지 닿을 뻔했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순간에 감정에 휩쓸려해서는 안 될 말들을 입에 담으려 했다. 장문의 편지를 적고 그것을 너에게 전송하려고 까지 했으니. 그것을 보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나에 대한 너의 믿음을 깨고 싶지 않다. 결국 보내지 않았지만 마음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잠을 자야지. 하며 밤바다와 작별한 후 방에 누워 너처럼 다가 올 기미가 없는 잠을 기다렸다.    

아침에 눈을 뜬 후, 무심코 아침바다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매우 추울 것이 분명했지만 나는 아침 바다를 보면 왠지 마음속 짐을 어느 정도 덜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바다는 눈 부셨다. 전날 가로등 불빛이 파도에 잔잔하게 부서지며 울렁거리던 것과는 다르게 아침 햇살은 강렬하게 비춰와 나의 눈을 부시게 했다. 그렇게 나는 한참 동안 아침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

이와 섞여 들어오는

아름다운 노래.    

고요하게 조용하게 밀려오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많은 생각들이 피어오는

내 마음속.

너도 여기에 앉아

고요한 노래와

잔잔한 파도 소리를

나와 같이 들었으면.


그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나였으면 하는 욕심에

소란스러워진 마음을

조심스럽게 붙잡는다.   


깊은 밤, 이른 아침

할 것 없이

바다 위에

아름답게 부서져

밝게 빛나는 별들.

밤이나 낮이나

항상 아름답구나.    


밤, 낮으로 항상 빛나는구나.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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