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일곱 번째 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이
간질이듯 서로의 귀를 건드리고
닿는 곳 생각 안 한 채 걷던 걸음이
막다른 길 앞에서 우리를 멈춰 세웠다.
멈춰 선 곳에서 흐르던
끝이 보이지 않는 물줄기는
서로의 끝을 모르게 했고
마주친 두 눈동자엔
마르지 않는 우물이 보이는 듯했었다.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대가 하는 말은
너무 황홀한 탓일까
무슨 소린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부족함 없는 설렘이었다.
허나 신은 나에게서 망각을 가져가시고
그대는 빛으로 가져가셨다
그대로 눈이 멀어버리고
또 그대로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중한 사람 사이엔 무조건 모르는 게 약이라고, "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눈부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