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되찾으려면, 체계론적으로 다시 봐야한다
지난 30여년간 대기업 안팎에서 수많은 팀과 함께 일해왔다. 전략기획, 경영지원, 인사, 생산관리, 혁신, 품질, 시스템 개발에 제조현장까지 다양한 부서를 경험했고, 사내외 협업 프로젝트, 태스크포스, 워크숍, 변화관리 등을 통해 숱한 팀의 내부를 들여다 볼 기회를 가졌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유능했지만, 팀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1+1이 2가 되기는 고사하고, 때로는 1보다도 못한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팀이라면 1+1이 3이 되고, 4도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바로 우리가 말하는 ‘집단지성’이고, ‘조직의 힘’일 텐데 현실은 그 기대를 배신하곤 했다.
한동안 나는 그 원인을 ‘사람’ 에게서 찾았다. 성격, 성향, 자질, 태도 등 사람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했다. 기업조직이 취하는 조치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다. 결국 나와 같은 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 조직이고 보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역할, 주인의식, 책임감, 리더십, 팔로워십, 업무역량 등 평가의 잣대를 ‘사람’ 자체에 맞추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명백히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을 둘러싼 관계의 맥락과 역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바로 ‘체계적(Systematic) 사고’ 때문이 아니라 ‘체계론적(Systemic) 시선’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조직을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인과론적 구조로 다뤄왔다. KPI, BSC, MBO, OKR 어떠한 성과관리 체계도 모두가 ‘원인 하나만 고치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팀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 우리는 복잡계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조직 안에 있다. 팀과 조직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얽히고 반응하며 진화한다. 따라서 ‘팀코칭’은 이런 복잡한 조직을 해석하고 개입하는 새로운 언어이자 실행 전략이다.
이 글은 그 언어를 한국 기업의 실제 현장에 맞게 적용한 경험과 통찰을 담고자 하는 시도이다. Peter Hawkins의 5D 모델을 중심으로, 갈등이 어떻게 구조와 관계의 흐름에서 비롯되는지를 설명하며, 내가 직접 개입했던 실제 사례와 대화를 바탕으로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 내고자 한다.
불편하지만 조심스럽게 조직 내에 숨어 있는 갈등과 마주하고자 한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 길을 가보지 않아 낯설고 두렵지만 이것을 외면 하고서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갈등은 제거할 대상이 아니다. 갈등은 흐름이 끊겼다는 신호다. 그 신호를 감지하고 조율할 수 있을 때, 팀은 다시 흐르고,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성과는 따라오는 것이지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시리즈로 엮어 보는 이 글이, 다시 흐르기 시작할 여러 조직의 회복을 위한 첫 번째 실마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