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마주한 전환의 순간들
성과가 멈추는 팀은 많다. 하지만 모든 팀이 그 상태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일부 팀은 어느 순간, 작은 균열 하나를 틈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흐름이 회복되고, 분위기가 달라지고, 성과가 조용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 전환의 시작은 언제나 ‘관계’의 변화에서 일어난다.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뿐이었다
세라믹사업부 이야기(1)
수년 간 적자를 이어오던 세라믹 패키지 사업부에서, 경영진은 라인인력 감축을 통한 생산성 개선을 추진했다. 나는 생산관리 부서에서 생산 부서로 이동된 상태에서 IE 프로젝트 TF 멤버로 참여했고, 나름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기계적인 동작분석을 통하여 일방적으로 라인 작업자 수를 줄이는 방식이었고, 현장 직원들은 감정이 많이 상해 있었다. 그 여파는 실로 컸다. 프로젝트 종료 후, 나는 바로 그 공정의 담당자로 발령받았다. 공정에 들어서자 모든 현장 직원들이 나를 외면했다. 아무도 내게 말하지 않았고 어떤 협조도 하지 않았다. 상급자였지만, 어떤 지시도 할 수 없었다. 나의 개선안은 현장에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청소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청소를 시작했다. 작업대 아래, 설비 주변, 휴게실까지 현장 사람들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매일 손을 움직였다.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먼저 나서서 챙겼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현장 직원 중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 다음 날은 누군가 내게 커피를 건넸다. 서서히 공기가 달라졌고, 작은 대화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현장 직원들이 내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변화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공정 수율이 무려 6%p 상승했고, 누적 수율은 96%에 근접했다.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던 성과를, 단 한 건의 공정 개선도 없이 달성한 것이다. 혁신부서에서는 공적상을 주기로 하고 내게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공정 수율 향상의 비결을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딱히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그냥 현장사람들이 저를 받아 주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공법개발 같은 기술적인 개선을 얘기해 달라고 했지만 나는 솔직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고, 공적조서를 쓸 근거가 명확하지 못해 담당자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비록 공적상은 받지 못했지만, 나는 그때 알게 되었다. 흐름은 제도나 기획이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완벽한 조직은 만들 수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관계가 제대로 형성될 때에 비로소 팀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관계는 성과를 이끈다 – 멘즈웨어하우스의 사례
나의 이 경험이 단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의 남성 정장 브랜드, 멘즈웨어하우스 (Men's Wearhouse) 이야기다. 창업자 조지 지머(George Zimmer)는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재고를 정리하는 직원, 바닥을 닦는 스태프와 먼저 악수를 나눴다. 그는 직원들에게 말하곤 했다.
“내가 먼저 당신을 존중할 때, 고객도 당신을 존중할 겁니다.”
그의 경영철학은 감정과 신뢰에 기반했다. 성과주의보다 관계 중심의 문화, 지표보다 사람 중심의 시스템이다. 그 결과, 멘즈웨어하우스는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의 이직률과 높은 고객 충성도, 그리고 지속적인 수익률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가?’
프로세스인가? 전략인가? 아니면, 눈을 맞추고 손을 내미는 그 작은 행동인가?
흐름이 회복되는 팀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말할 수 있다”는 심리적 전환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정서적 연결
그리고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합의된 목적
이 세 가지가 살아날 때, 관계는 다시 흐르고 조직은 시스템으로서의 유기성을 회복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성과는 따로 관리할 필요 없이 따라온다.
지금, 당신의 팀은 어디쯤 와 있습니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성과가 멈춘 팀에는 겉으로 보이는 문제보다 더 깊은 흐름의 단절이 존재한다. 관계, 구조, 심리적 안전, 외부와의 연결, 학습 시스템 이 모든 것은 팀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만 ‘흐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리더는 종종 이것을 놓친다. 성과 수치만 보고 원인을 찾거나, 한 두 명의 구성원 행동을 문제 삼고, 제도나 성과관리 체계의 개선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흐름은,
시스템의 전체에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