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팀을 바라보는 두 개의 렌즈: 인과론 vs. 체계론
“이 일은 왜 실패했을까?”
“누구의 잘못이지?”
“그 부서장이 바뀌면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문제의 원인을 단순하게 찾는다.
그리고 그 원인 하나만 고치면 결과도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이처럼 문제의 발생 원인을 하나의 인과관계로 도식화해 진단하고 처방하는 방식은 조직 운영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돼 온 사고방식으로서 인과론적 사고(Causal Thinking)를 말한다. 즉, A라는 원인이 B라는 결과를 낳았고, B가 바뀌려면 A를 수정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이다.
이런 접근은 명확하고 빠르다. 예컨대 성과가 떨어지면 KPI를 조정하거나, 조직문화에 문제가 생기면 리더를 교체하는 식이다. 문제의 책임자를 특정하고, 프로세스를 고치고,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동안 수많은 조직이 그렇게 해 왔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게 많은 변화와 조치를 취했는데도, 성과는 여전히 멈춰 있고, 갈등은 더 깊어지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과론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이유는 ‘효과적’이라서 아니라 단지 ‘익숙해서’ 일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복잡한 '팀'에는 체계론적 사고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팀은 단순한 부품의 조합이 아니다. 서로 연결된 사람들, 중첩된 역할과 기대, 보이지 않는 긴장과 균형,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관계의 생태계’다. 그래서 이제는 체계론적 사고(Systemic Thinking)가 필요하다. 체계론적 사고는 결과를 단순히 원인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왜 그 일이 일어났는가?”보다 “어떤 구조와 상호작용이 그런 결과를 만들었는가?”를 묻는다.
예컨대 한 팀원이 회의 시간에 늘 침묵한다면, 인과론적으로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의욕 부족을 문제로 본다. 하지만 체계론적으로는 이렇게 접근한다.
“그 사람의 침묵은 어떤 구조적 맥락에서 비롯된 것일까?”
“팀 내에 어떤 암묵적인 메시지나 권력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침묵은 단순한 소극성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신호이지 않을까?”
체계론적 사고는 사람의 ‘문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놓인 ‘관계의 장(場)’을 조정한다. 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구조와 기대, 소통 방식, 역할 경계 등 시스템 전체를 들여다보고 흐름을 다시 조율하는 것이다.
성과는 ‘개인’이 아니라 ‘관계 구조’에서 비롯된다
앞선 연재글의 사례에서 나는 "사람들은 유능했지만, 팀은 작동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그 말은, 조직 성과가 구성원의 개인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각각 뛰어난 인재들이 모였어도, 관계가 얽히고 흐름이 끊기면 1+1이 1도 안 되는 성과가 나오기 쉽다.
성과는 관계에서,
협업은 구조에서,
갈등은 시스템 안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팀을 고치고자 할 때, 누군가를 바꾸려 하지 말고, 그를 둘러싼 관계의 흐름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성과가 멈췄다면, 사람을 의심하기보다 그가 놓인 시스템의 구조와 연결 상태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체계론적 사고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