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Hawkins의 5D 모델과 체계론적 사고틀
Systemic Coaching이 단순한 1:1 코칭을 넘어 팀과 조직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보고 개입하는 철학이라면, 5D 모델*은 그 철학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구조화된 지도다. Peter Hawkins가 제안한 이 모델은 단순한 프로세스 단계가 아니라,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핵심 축을 다루는 체계론적 진단 및 개입 프레임워크다. 팀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성과관리'나 '능력부족'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는 더 깊은 층위의 구조 문제, 관계의 흐름, 외부와의 단절, 목적의 불일치 등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다. 5D는 바로 이러한 시스템의 균형을 구성하는 주요 지점을 다섯 가지 D로 나누어 설명한다.
왜 5D 모델인가
각 D는 시간순으로 흐르는 단계가 아니다. 오히려 코치는 이 중 어느 지점에서 팀의 흐름이 멈췄는지를 진단하고,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핵심 지점을 선택한다. 예컨대 팀원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문제가 Co-creating의 이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Clarifying이 안 된 탓일 수 있다. 혹은 Commissioning이 명확하지 않아 모든 의사결정이 흐릿한 상태일 수도 있다.
5D 모델은 단지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코치의 관찰 지점을 안내하는 지도이며, 팀을 위한 정렬의 나침반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그 정렬을 유도한다.
• 우리는 이 팀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가? (Commissioning)
• 각자의 역할과 책임은 명확한가? 기대는 일치하는가? (Clarifying)
• 이 팀 안에서 의견은 안전하게 표현되는가? (Co-creating)
•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인 연결을 유지하고 있는가? (Connecting)
• 실수에서 학습하고 피드백을 순환시키는 구조가 있는가? (Core Learning)
팀은 항상 외부 환경과 내부 구조 사이에서 흐름과 마찰을 동시에 경험한다. 5D 모델은 그 흐름이 멈춘 지점을 시스템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조직은 문제를 보면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한 명의 문제 있는 사람을 바꾸거나, 회의를 몇 번 돌리거나, 팀워크 교육을 시도한다. 그러나 팀은 ‘사람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구조이며,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균형을 필요로 하고, 연결을 요구하며, 성찰과 조율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수 없다. 5D 모델은 단지 갈등을 풀고, 관계를 좋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을 지속가능한 구조로 재정렬하는 체계적 시야를 제공한다. Systemic Coaching이 철학이라면, 5D 모델은 그 철학을 작동시키는 도구다. 우리는 이제부터 이 다섯 개의 D를 하나씩 따라가며, 그 안에 숨은 조직 역학과 개입의 실마리를 살펴볼 것이다.
많은 조직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도구를 도입한다. 직무 재설계, 성과관리 시스템, 리더십 교육, 조직문화 개선 등. 하지만 도구가 구조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겉보기엔 멀쩡한 조직도, 안을 들여다보면 흐름이 멈춰 있고 역할이 충돌하며 갈등이 고조되어 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문제’는 어디서부터 진단하고, 어떻게 다뤄야 할까? 이때 5D 모델은 지도이자 나침반 역할을 한다.
5D는 단순한 코칭 절차가 아니라, 팀이 움직이기 위한 구조적 구성요소 다섯 가지를 말한다. 이 구조는 팀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프레임일 뿐만 아니라, 코치가 개입 지점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적 지도다.
• Commissioning은 팀의 ‘존재 이유’와 상위 조직 및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정렬 상태를 보여준다. 팀이 뚜렷한 사명 없이 일에만 몰두할 때, 구성원은 방향을 잃고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 Clarifying은 역할, 목표, 책임, 기대 수준이 일치하는지를 진단한다. 팀의 갈등 중 상당수는 '의도가 아니라 오해'에서 비롯되며, 이 D는 그러한 구조적 불일치를 드러낸다.
• Co-creating은 협업 환경, 심리적 안전, 갈등의 건강한 순환 여부를 평가한다. 팀은 함께 일하고 있지만, 진짜로 함께하고 있지는 않을 수 있다.
• Connecting은 팀이 외부와 단절되어 있지 않은지를 보여준다. 고립된 팀은 폐쇄적이 되며, 변화에 둔감해지고 무력감을 경험하게 된다.
• Core Learning은 팀이 반복되는 경험에서 학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피드백이 살아 있지 않으면 실수는 반복되고, 팀은 성장하지 않는다.
이 다섯 가지 D는 각각 팀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른 축들이다. 하나라도 균형이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하나의 축을 정렬하면 다른 축에도 연쇄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파급된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적 개입’이 갖는 힘이다.
코치가 팀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고칠까?’가 아니라, ‘어디를 비춰줄까?’다. 문제 해결보다 먼저 할 일은 흐름이 끊긴 지점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다. 5D는 코치가 그 지점을 포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준다. 예를 들어, 팀의 분위기가 무겁고 회의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Co-creating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팀의 존재 목적이 불명확한 Commissioning의 문제일 수 있다. 또는 명확한 역할 정리 없이 일만 몰아준 Clarifying의 왜곡일 수도 있다. 5D는 표면 아래 구조를 탐색하는 통로다. 더 나아가, 코치는 이 5D를 기반으로 팀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기인식(Self-awareness)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 “우리 팀의 존재 이유는 지금도 유효한가요?” (Commissioning)
• “이 일은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Clarifying)
• “여기서는 어떤 말은 꺼내기 어려운가요?” (Co-creating)
•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마지막으로 직접 들은 건 언제인가요?” (Connecting)
• “지난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요?” (Core Learning)
이 질문들은 단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재정렬하고, 흐름을 복원하고, 시스템을 움직이게 만드는 촉진제다.
요약하자면, 5D 모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1.진단도구 : 현재 팀의 어떤 지점이 흐름을 막고 있는지 파악
2.설계도구 : 코치가 어떤 방향에서 개입해야 할지 설계
3.성숙도 체크리스트 : 팀이 어느 정도 체계화되어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
팀은 문제를 겪고 있을 때조차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 5D는 ‘지도 없는 여행’을 마침내 안내 받게 해주는 프레임이다. 그리고 이 지도는 단지 코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팀 스스로가 자기 구조를 자각하게 돕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다음 장부터 우리는 이 다섯 개의 D를 하나씩 따라가며, 그 안에서 발견되는 갈등, 흐름, 회복의 단서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볼 것이다.
* 5D 모델 : Peter Hawkins는 5D 각각을 팀이 갖추어야 할 Disciplines이라고 언급했으나 또한 그의대표 저작 ≪Leadership Team Coaching≫(Kogan Page, 2011 이후 개정판)에서 다음과 같이 명시함. “The 5D model refers to the five interrelated dimensions that impact a leadership team's effectiveness.” – 즉, ‘5D Model’ 이라는 명명은 5개의 핵심 차원(Dimension)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