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디맨 Aug 10. 2018

'노래의  탄생'에 대한 단상

예능방송의 문외한이 던지는 엉뚱발랄 제안


tvN 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노래의 탄생'

독특한 컨셉과 신선한 포맷으로 첫방 전부터 나의 기대와 관심을 끌게 한 프로그램이다. 미발표된 원곡을 미션으로 주고 선발된 2개 프로듀싱팀이 경합을 펼치는 일종의 음악 컴피티션이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 최고의 뮤지션 풀(pool)이 동원되고
프로듀서가 이들 뮤지션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단 45분만에 공연할 수 있는 수준까지 편곡을 완성해 낸다는 점이다. 양 팀의 공연 후에는 원곡자가 이를 판정하여
이긴 팀의 작품은 음원으로 출시되고, 진 팀의 작품은 폐기(?) 되는 방식이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바로 45분만에 이루어지는 프로듀싱 과정이다.

프로듀싱에 문외한이라 물론 정확한 판단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냥 일반인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45분이라는 시간은 꽤나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원곡이 만들어져 있다손 치더라도 내로라하는 세션, 보컬들과 함께 편곡을 하고 연주까지 해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때 나에게 떠 오른 생각은 바로 '퍼실리테이션'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 놓고 어떤 문제(Mission)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은 흡사 퍼실리테이터의 그것과 닮아 있다.

마음 한편으로는 프로듀서가 조금이나마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보여 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첫 방을 보면서 나의 그 기대가 참으로 순진했음을 깨달았다.


물론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새로운 멋진 작품으로 노래가 재 탄생하는 것을 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고, 내내 흥미진진하게 방송을 시청하기는 했지만 그 속에서 퍼실리테이션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퍼실리테이션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

우선은 프로듀싱 과정을 보여주는 방송 분량이 너무 적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오락이나 흥미의 요소를 강조하다 보니 특정 부분에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편집의 한계가 있을 터이다. 때문에 우승한 김형석이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는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짐작만 할 뿐인 것이다.

어쨌든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몇 가지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첫 번째, 촉박한 시간적 제약을 가진 상황에서는 퍼실리테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모든 문제 상황에서 반드시 퍼실리테이션만이 해법일 수는 없다.때로는 코칭, 컨설팅, 카운셀링, 심지어 일방적인 독단 – 명백하고 월등한 해법을 보유하고 있는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 - 도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억지로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 퍼실리테이션의 실행은 많은 숙련과 경험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첫 방에서 우승한 김형석씨는 역시 훌륭한 프로듀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명색이 최고 뮤지션(드럼, 스트링 등)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표면화시키고, 수렴하고, 서로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결론으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매끄럽게 진행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물론 그 과정에는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협조(또는 양보)와 일련의 조정, 중재, 타협의 기술 등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지만 결코 퍼실리테이션은 아닌 것이다.

세 번째, 이해당사자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프로듀싱 경합 프로그램이다보니 프로듀서는 당사자일 수 밖에 없고, 승패의 책임도 오롯이 질 수 밖에 없다. 설사 퍼실리테이션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발휘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승패가 더 큰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리더의 입장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나의 순진한 기대는 무너졌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나는 이 '노래의 탄생'이란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한동안은 즐겨 볼 것 같다. 여전히 숨가쁜 프로듀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창작의 결과물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조금은 현실성이 없는 제안을 하나 해본다. - 물론 방송의 수익성이나 흥행, 시청률 등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순전히 그냥 퍼실리테이션 측면에서만ㅋㅋ


1. 컴피티션 구도는 없앴으면 좋겠다.

애써 만든 노래가 쓰레기통에 쳐 박힌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미션을 절대적인 어떤 기준의 달성으로 두면 어떨까? 예를 들면 특정 계층을 염두에 둔 노래로서 편곡을 하고 이렇게 재 탄생한 노래가 그 표본집단의 95%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든지 하는 방식 말이다. 달성하면 성공이고 미달하면 실패인 것이다. Winner도 없고 Loser도 없다.


2. 제한된 시간의 구속보다는 완성도에 치중했으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 중 하나는 극한적인 제한시간이다. 시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에 감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만드는 것에 비해서는 질적 저하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 매 회 경합을 벌이는 방식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을 여러 편에 나누어 방송하고, 그렇게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서 매우 훌륭한 – 더욱 완성도 높은 – 작품이 탄생되는 것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곡을 만드는 과정은 퍼실리테이션이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퍼실리테이터를 필요로 한다. 프로듀서가 되어도 좋고 제 3자가 되어도 좋다. 퍼실리테이션 능력이 탁월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과 생각들을 받아내고자 하는 진성성을 갖춘 한 사람이 있어서 결코 쉽지 않은 그 프로세스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백미가 되는 것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러나 실패했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고 시청자들도 훈훈한 기분을 맛보게 하는 핵심을 그 과정(프로세스)을 담아 내는 것이다.


4. 결과물의 가치가 가시적으로 검증되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 역시 우승한 노래는 원곡자와 계약을 체결하여 음원으로 발표된다고 한다. 수익은 우승한 프로듀서팀과 나눠 가지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익화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많은 노력과 수고로 탄생된 결과물이 그저 ‘참 좋다’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금액적인 가치로 환산되고 공공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의미로 사용되어 진다면 프로그램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 아니겠는가….

이상 예능방송의 문외한으로서 두서없이 정리해 본 프로그램 제안이었습니다 ㅎㅎㅎ (귀담아 듣지는 마시길…)

 cf. 실제로는 2016.5.4일 작성한 글입니다.


[원문참조] https://m.blog.naver.com/duddyman/22070093453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