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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맨 Aug 10. 2018

SBS 스페셜 아빠의 전쟁을 보고

이 시대의 젊은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SBS 스페셜] 아빠의 전쟁

강범석PD는 “단순히 가족 관계 개선 프로젝트라는 접근보다는 가족이 같이 밥을 먹는 당연한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깨닫게 하는데 의도가 있었다”고 목적을 밝히며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 그것들이 제도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현실이 중요하다. 그것으로 인해 가족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문제에 대한 물음을 가져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이하나 기자  2016.12.27 16:45 뉴스인용》

딜레마에 빠진 아빠를 옹호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것은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 선배들까지로 족하다. 오히려 지금의 아빠들에게 또 다른 미션을 던져 주고 있다고 느낀다면 너무 가혹한가?


물론 PD는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는 의도가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는 다소 희망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많은 르뽀 프로그램에 격하게 공감하는 많은 시청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현실의 변화는 매우 더디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요즘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 '살림남'이라는 것이 있다. 요섹남이란 신조어가 생긴지가 불과 몇 년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제 요리 뿐만아니라 육아, 청소, 빨래, 수납정리 등등 모든 살림의 영역에 남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시청자들의 인기를 노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현상 또는 기류와 동떨어진 기획은 하지 않으리라고 전제한다면 그저 웃음의 코드로만 볼 문제는 아닌것 같다.


진즉에 남자가 개입했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2위라지만 또 한편의 시각에서 본다면 세계에서 남자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한국이라고도 한다. - 여러 가지 측면을 감안한 것이나, 여성과의 상대적인 지위나 여건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한국여성에게는 힘든 환경이라는 뜻이 된다. 결국 그 정점에 놓이는 것은 부부 간의 불평등 문제다.


가사 노동의 가치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요즘 기여성들이 예외없이 취업전선에 나서려고 발버둥 치는 것을 본다. 단순히 경력단절녀가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나,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어렵다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 볼 것이 아니다. 심지어 여성의 수입이 모두 베이비시터, 가정부, 부가적인 교육비 등으로 지출되어 사실가계경제에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런 저런 이유와 구실로 여전히 경제활동을 고집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대 놓고 하지는 못 할지라도

이렇게들 얘기한다.


 차라리 집안에서 애 키우고 살림하는 것보다 나가서 돈 버는게 좋아요"

여성을 탓할 수 없다. 이는 모든 남성들의 책임이다. 물론 '뼈빠지게 일해서 가족들 벌어 먹여 살린 공로'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남성들이 반대급부적으로 누려 온 '사회적 혜택'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여성이 오롯이 감당해야만 했던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는 폄하해 왔다. "그럼 당신이 나가서 돈 벌어와. 나 만큼 벌 수 있으면 나가라고!" 그러나 농업사회, 산업화사회와는 달리 이제 여성들이 오히려 더 높은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다. 설사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가사 노동비를 어느 정도 대체할 만한 정도의 경제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제 남성들은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문제는 여성마저 놓아 버린 가사노동 부재의 현장인 '가정'이다. 육아는 베이비시터와 가정부와 어린이집, 유치원, 각종 교육기관이 담당한다.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는 여느 가정주부의 그것보다 못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요리는 다양하고 고급진 외식산업, 그리고 동네마다 성황을 이루는 반찬가게가 뒷받침 해 준다. 그 외 집안 일은 가정부 또는 연로한 부모들이 감당하고 가족과 친지들과 관계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금전제공이면 충분하다. 부부 간의 교류(?) 역시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유교적 전통과 종교적 양심에 연루된 불편함은 매스미디어가 앞 장서서 제거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겠지만 남자와 여자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이를 충족하고도 남는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과연 정말 그런가? 가정의 의미,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짚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남성들이 짖밟아 버린 가사 노동의 가치를 이제는 여성들도 벗어 던지고 있으며, 가정의 의미는 급속도로 쇠퇴해 가고 있는 중이다. 남성들이 벌여 놓은 업보를 남성이 먼저 수습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아직은 남성이 사회적 강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요즘 젊은 남자들은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여성을 대하는 입장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장인이 늘고 있다고 한다. - 물론 극소수이긴 하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다. 가사 노동의 가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함께' 해나가는 지혜를 찾아야만 한다.

사진출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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