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니라도 좋은 이유
수영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가 스스로 수영을 그만 두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면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 이유가 코치의 폭력적인 교수법 때문이기만 할까?
'폭력'은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비단 물리적인 폭력 뿐 아니라 현대사회에 온통 산재해 있는 또 다른 '폭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나 아동인권의 차원에서 본다면 마치 심연을 걷고 있는 듯 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 물 속에서 빛을 찾아 유영하는 준호의 영상이 강렬한 모티브를 주고 있다.
준호(큰아들)의 1등을 간절히 바라는 - 코치의 표현으로는 '지랄병'이 들린 - 엄마는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준호를 뒷바라지 했지만 수영을 그만 두겠다는 말을 듣고는 불같이 화를 내며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 홧김에 등짝을 몇 대 때린 그런 '물리적' 폭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호(둘째아들)를 이용한 의도적인 냉대와 멸시, 그리고 기본적인 필요에 대한 방치 그리고 조롱....
자녀교육에 직접적인 개입이 많지 않은 아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가 가진 권력 - 기자라는 직업 - 과 돈을 이용해 폭력 코치를 협박하고, 회유한다. 급기야 그의 일자리를 빼앗는 폭력(?)을 행사한다. 역시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가정환경 속에서 보고, 겪은 준호는 동생 기호에게 똑같은 '사랑의 폭력'을 답습하게 된다. 마치 코치가 본인의 선수시절에 당했던 폭력을 그대로 되물림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이 약간은 과도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폭력 코치만이 문제이며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배타성을 탓할지언정, 부모의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비교육적 행태는 합리화시키고 일반화시켜 버리는 것이 어쩌면 마음 편할지도 모른다.
기실 누구도(나를 포함하여) 자유로울 수 없고 또 그것은 선한동기 - 자식에 대한 사랑 - 가 내재되어 있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등에 대한 가치부여와 지향성을 내려 놓지 않는다면 그 동기나 과정이 어찌 되었건 이 사회의 '폭력화'는 막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제작자인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도식적인 프레임의 굴레에도 불구하고 제법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된다. 에이스급이 아님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했고, 기법이나 영상미, 플롯도 깔끔했다.
단, 마지막 엔딩의 1~2분 분량은 차라리 넣지 않았으면 더 훌륭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냥 대통령배 수영대회에 혼자서 참가한 준호가 입수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했다면....
굳이 대회 1등을 거머쥐는 장면까지 묘사할 필요는 없었다.
"거봐! 스스로 하게 내버려 두니까(폭력안하고, 인권침해 안하니까) 1등 하잖아?" 설마 이런 교훈을 주고 싶어서 만든 영화는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4등'의 의미가 퇴색되고마는 결정적인 오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