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보안 검사
인천 공항 제1터미널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부칠 짐이 없다면 키오스크로 체크인을 하고 가볍게 들어가면 된다. 고심이네는 짐이 있으므로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줄로 갔다. 아시아나 이코노미 클래스는 위탁수화물 1개, 23킬로까지가 운임료 무료다. 캐리어 3개 모두 무게에 여유가 있었다. 심지어 고심이 캐리어는 15키로가 채 안 됐다. 옷도 물건도 가능하면 가벼운 걸로 쌌다. 어깨가 시원찮아 무거운 걸 잘 못 들므로 통수들의 신세를 져야 할 게 분명하니까.
한국(인천)-벨기에(브뤼셀)는 직항이 없다. 1회 혹은 2회 경유해야 하는데, 짧게는 16시간부터 길게는 30시간 넘는 것까지 있다. 물론 시간이 짧을수록, 항공사가 좋을수록 가격이 높다. 고심이네는 중간쯤 어디, 중국을 경유하는 19시간 30분 소요 편을 선택했다. 순수 비행에는 12시간, 경유지에서 5시간 반 대기다.
직원이 이 좌석들 괜찮으시겠어요? 하고 내민 건 비상구 좌석이었다. 비상구 좌석은 앞에 여유 공간이 있어서 선호하는 곳이다. 추가요금을 내고 예약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 비상구를 개폐하고 승객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주로 신체 건강한 성인 위주로 배정한다.
큰통수가, 네 좋습니다, 엄마도 괜찮지? 하고 고심이를 돌아보았다. 고심이는 나도? 나야... 좋지,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편한 것도 좋지만 두 청년들 덕에 건강한 성인으로 슬쩍 묻어가는 것도 좋았다. 신체는 슬금슬금 노약자 쪽으로 가고 있을지라도 심리적으로는 좀 청년이니까.
우리 셋 중 보안심사에 걸린다면 아무래도 넌데? 하며 고심이와 작통수가 큰통수의 여권을 보며 낄낄거렸다. 사진이, 흠... 일본 조직...의 보스처럼 나왔다. 귀가 보이게 찍느라 긴 머리를 뒤로 넘기니 깡마른 얼굴과 매서운 눈매가 훤히 드러나 있다.
보안심사 줄에서 노닥거리다가 보니 순서가 되었다. 생각보다 꼼꼼하게 점검했다. 고심이는 여자 직원이 몸 전체를 만지며 체크했다. 사람 손이 닿는데 뭐랄까, 고무 튜브처럼 말랑한데 아주 사무적이고도 엄격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사람 손이 내는 감각도 달라지는구나 생각했다.
통수들은 검색을 마치고 기다리는데 고심이의 배낭은 나올 생각을 안했다. 한참 기다리니 문제의 물건들을 체크하는 쪽에서 직원이 고심이를 찾았다. 엇 뭐지? 보조배터리 2개도 투명 지퍼백에 넣어서 분리했고 화장품이나 치약 등도 전부 소량으로 담았는데...
보안 직원이 번쩍 든 것은 아뿔싸, 텀블러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텀블러 속에 든 물이었다. 늘 따뜻한 물을 담아 마시곤 해서 습관처럼 텀블러를 챙겼는데, 습관처럼 물이 남아 있었던 거다.
텀블러 째 버릴까요, 아니면 나가서 물을 버리고 들어오실래요? 앗 죄송합니다. 나가서 버리고 올게요...(오래 함께 한 텀블러를 버려두고 가고 싶지 않았다.) 물을 비우고 빈 텀블러를 들고 아까와 똑같은 보안 검색을 다시 거친 후 들어올 수 있었다. 통수들이 쳐다보며 낄낄 웃었다.
(보안 검색을 통과한 후 공항 상점에서 산 음료와 물은 100ml가 넘을지라도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자체적으로 이미 보안을 통과한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비상구 좌석은 무척 편해서, 이륙할 때 잠시 승무원과 마주 앉는 어색함만 빼면, 가뿐하게 2시간을 날아 경유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