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갱년기 남의 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
결혼은 나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다
나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남편이 하는 말이나 행동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혼을 하면 드라마에서처럼 로맨틱한 일상은 아니더라도 연애시절처럼 함께 단풍구경을 가고 가끔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며 누구보다 나를 믿어 주고 이해해줄 줄 알았다. 하지만 자주 화를 내고 등을 보이며 싸늘한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남편에게 너무 일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말했다가 남편의 반응을 보고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로 다른 남녀 두 사람이 생의 전반에 걸쳐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서로의 삶을 고양시키는 것이 결혼이다. 결혼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결합시킴으로써 더 성장해 나가야 한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미지가 아니라 내 안의 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대에게 강하게 끌려 결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된다. 결혼은 나와 기질이 다르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조화와 균형을 맞추어 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갱년기 이후에는 환상이 아닌 현실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인간은 자기 삶을 살아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을 선택하고 개척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만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존재다. 한 사람에 대한 여러 판단들 가운데 어떤 것은 옳고 어떤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남편과 처음 연애를 할 적에 남편은 배려심이 많고 나를 위하고 존중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장사를 하면서 권위적이고 이기적이고 나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갱년기를 겪으며 지금의 남편은 일요일이면 집에서 글을 쓰는 나를 위해 된장찌개를 끓여주고 설거지를 해주며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남편에게 끊임없이 잘한 것은 고맙다고 말을 하고 칭찬을 해주며 남편을 존중해줌으로써 얻어낸 결과이다. 남편은 항상 내가 알아주기를 원했지만 내게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남편에게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내면세계를 알게 되면서 남편이 원하는 대로 그를 인정하고 도울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내가 권해 준 경매 책을 읽고 경매와 공매를 통해 집과 자동차를 매입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또한 남편이 공매를 통해 산 집이다. 남편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살 때쯤 나는 내가 살 집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햇빛이 잘 들고 방이 세 개, 화장실이 2개, 넓은 거실과 강변이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늘 이야기했다. 남편이 공매로 지금 살고 있는 빌라를 함께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내가 원했던 집과 일치했고 남편에게 우리가 살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은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연애할 때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는데 결혼을 하더니 갑자기 달라지더라 ‘며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연애할 때는 자신 안에 있는 이상적인 남자 친구로서의 모습을 상대에게 투사한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면 자신 안에 있는 바람직한 배우자의 모습을 남편에게 투사하게 된다. 그러니까 변한 것은 먼저 자신의 마음이고, 바뀐 마음의 눈으로 상대에게서 배우자의 모습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남편이 자기 마음에 들었었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자기 안에 비친 배우자상은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결국 “궁합이 안 맞는다”거나 “나는 속았어”라는 말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배우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방법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남편에게 모범이 될 만한 아버지가 있었다면 이럴 때 아버지는 어떻게 하셨을지를 떠올리며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좋은 아버지상이 없었다는 현실을 당신들도 모두 알 것이다. 어떤 남자든 좋은 남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남편들은 자기 아내가 사랑받고 있으며 행복하다고 말할 때, 또는 어디서나 그를 존중하고 남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할 때 틀림없이 자신이 남편 노릇을 잘하고 있다고 안도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의 한 일이 냉정하게 평가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된다면, 자신을 이중인격자로 느끼게 되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게 되어 당황하게 된다.
남편들은 자신의 생각을 잘 밝히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들이 이 같은 남편의 생각을 깨닫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남자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결혼 초기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들의 장점만을 본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장점을 말하며 남편이 가전제품 하나라도 고치면 맥가이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인생이란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의 감정들이 나를 만나면서 그 모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갱년기를 통해 진짜 ‘나’를 만나게 됨으로써 인생 후반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부부의 문제는 부부의 마음이 만나고 부딪히고 서로 작용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한쪽만의 잘못으로 지금의 문제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갈등 부부들은 문제의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옛말에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주고 믿어준 사람에게 목숨을 걸고 충성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여자는 자기를 인정해주고 귀히 여기고 아껴주는 사람을 위해서 곱게 화장을 한다’ 했다. ‘사랑받는 여자는 화장을 한다’고 했다.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고 가꾸고 더욱 사랑받을 수 있도록 자기 주변을 빛나도록 가꾸어 놓는다면 남편도 틀림없이 나를 인정하고 다시 사랑해줄 것이다.
가족을 위해 지금까지 헌신한 자신을 위해 선물을 하자. 한동안 잃어버린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다시 찾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꼭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연애할 때처럼 남편이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면 된다.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남편이 흠모했던 예전의 다정다감한 목소리와 따뜻한 눈길, 남편을 사랑스럽게 느끼게 했던 그 감성을 찾으면 된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남편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예전처럼 열정적인 모습이 다시 나타나게 할 것이다.
행복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서로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 아니다. 그 행복은 부부가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결혼생활은 남편의 노력과 능력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부부가 협력해서 마음을 다지고 사랑이 밑거름이 되어서 이루는 것이다. 갱년기 남의 편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