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급식실에서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을 돌아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급식실에서 나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아이들을 식생활 태도를 교육하기 위해 만든 간단한 학습지인데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집이나 식당에서 무심코 식사하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한번 답해보면 좋겠습니다.
평소 인사도 잘하고 급식도 잘 먹는 아주 반듯한 아이가 있고 인사는커녕 처음부터 끝까지 행동이 개차반인 아이가 있다. 하나하나 질문지를 읽어가며 평소 내가 하는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며 뉘우치라고 만든 학습지인데 결과가 정말 의외다. 아이가 하는 행동은 천지차이인데 결과는 똑같다. 이유가 뭘까?
반듯한 학생들은 본인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대고, 삐딱한 학생들은 본인에게 너무 관대한 잣대를 댄다. 그래서 2 부류 아이들의 답안에 거의 차등이 없다. ㅎㅎㅎ 기가 막히네.
삐딱한 아이들은 평소 급식에 온갖 불평불만을 해대는데 정작 자신에게는 이토록 어마한 관용, 자비, 용서, 존중을 베푸는구나. 심지어 12가지 모든 항목에 명백히 해당되는 아이가 자신은 명백히 아니오라고 답했다. 어릴수록 자신에게 관대한 경향이 더 심하다. ㅎㅎ 햐... 한숨 난다. 1:1 심층 면담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첫 질문부터 선생님 세모는 없어요? 인사를 거의 안하지만 그래도 몇번은 인사를 했다? 그래 세모해라 세모!!
썼다 지웠다 한 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다는 거...
어떤 학생은 "선생님 이거 완전히 저를 겨냥한 학습지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그래도 전부 동그라미는 치지 않는다. 세모라 표시한 게 많다. ㅋㅋ
얘들아 ~ 우리가 항상 바른 행동만 할 수는 없어. 무심코 먹던 급식이지만 이렇게 스스로 행동을 돌아보고 잘 못했구나 하는 부분은 조금씩 바꾸면 되는 거야. 한꺼번에 전부다 고치지 않아도 돼. 완벽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한거야. 그런데 잔반을 마구 버리는 친구는 날씨가 안 좋은 날은 특히 조심해야겠다. 바람 부는 날 나뭇가지에 맞거나 비 오는 날 벼락 맞을 수 있어! 왜냐하면 내가 자연을 지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도 나를 지켜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거든. 그러니 잔반을 많이 버린 친구는 매사에 항상 조심해. 급식을 남기지 않고 잘 먹는 친구들은 언제나 마음 편히 다녀도 괜찮아. 사람도 자연도 내가 베푼 만큼 돌려 받는 게 세상의 섭리거든. 인생은 부메랑이야.내가 자연을 훼손하면 자연도 언제든 나를 가장 먼제 공격할 수 있음을 기억해.
본인에게는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엄격한 아이의 심각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자신에겐 너무나 엄격하면서 타인에게는 관대한 아이도 안쓰럽다. 당신은 어느 부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