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에 랍스타를 주지 않는 이유
급식비를 조금씩 모아 연말에 랍스타를 급식으로 제공했다.
그 결과 다시는 급식에 랍스타를 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랍스타를 주려면 급식비를 모으기도 해야 하지만 영양사나 학교장의 의지로 학교 운영비를 보태서 급식 예산을 조금 넉넉하게 사용하는 학교가 있다. 필자도 그런 급식을 오래도록 해왔다.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은 그렇게 하는 게 잘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세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시대다. 학교 예산을 더 보태고 발품을 팔아 최고의 급식을 하는 열정이 다른 학교에 피해를 준다. 급식 격차가 벌어지고 학교 간 불평등이 심화된다. 00학교에서 랍스터가 나왔대. 우리는 왜 안 나와?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의 입에서 급식비를 빼돌린다는 소리까지 나돈다. 평소 급식을 잘 먹은 학교일수록 랍스타를 먹지 못한다. 예산을 비축하려면 평소에 급식이 좀 부실한 경향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너무 잘 먹어치웠지 않은가? 그러나 잘 먹은 것에 대한 고마움은 없고 왜 우리학교는 랍스타가 나오지 않느냐는 건의만 한다. 랍스타를 준 학교는 영웅이 되고 랍스타를 주지 않는 학교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급식은 아무리 잘해줘도 본전이다. 랍스타에 잠시 환호하나 이내 더 맛있는 메뉴를 찾아 끊임없이 비교한다. 급식 수준은 평균이 아닌 오직 최고만 있다. 급식 잘 나오는 학교는 늘 검색어 순위에 올라있다.
급식비 외 학교운영비를 지원받아 급식비를 넉넉히 사용하는 일명 부자 급식학교가 있다. 식재료 구입비를 급식 담당자의 열정과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급식비외 추가비로 더 밀어주는 경우다. 아무래도 예산이 넉넉하면 급식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부자 급식이 생기면 나머지 학교는 가난한 급식이 되어 버린다. 급식은 사회적으로 평등해야 한다. 사이버 세상 속의 아이들은 부자학교 급식을 보며 가난한 급식학교에 속한 영양샘과 자신에게 책망과 원망을 쏟아낸다. 어떤 집단이든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칭찬하고 부럽지만 모두가 1등처럼 열정으로 사는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다른 1등에 비해 학교 급식 1등은 너무나 예민하다. 날마다 급식이 잘 나오는 학교를 검색한다. 급식이 1등인 학교가 기준이 되어 우리는 왜 저렇게 안나오냐 끊임없는 불만을 토로한다. 급식은 급식다워야 한다. 급식에 과한 특식을 제공하면 이토록 많은 문제가 따른다.
급식을 오래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급식에 과하게 간섭하는 사람치고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자기 일 하기도 바빠 남의 일을 간섭한 여력이 없다. 응원하는 마음에 급식이라도 잘 챙겨 먹이고 싶지만 먹는 에너지마저 아낀다(바빠서 굶거나 먹는둥 마는둥 또는 소식한다). 그러나 급식에 대한 격려는 잊지 않는다. 게으르고 할일 없는 사람은 하루종일 먹을 것만 생각하고 자신이 무언가를 치열하게 해 본적이 없으니 남이 해 준 따뜻한 밥 한끼를 우습게 여기며 감사한 줄도 모른다.
대한민국 학교급식에 랍스타가 등장한 게 정녕 자랑일까?
https://brunch.co.kr/@dudnwl/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