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메뉴는 닭다리삼계탕
그러나 아이들을 물에 빠진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
갈비탕이나 주면 환호할까... 통마리 닭을 푹 삶아 살코기만 발라 먹기 좋게 해 줘도 외면하는 아이들이 많다.
국에 고기로 힘을 줬으니 반찬은 나물과 생선 조림정도로 하면?
아이들이 급식을 받으며 "에이씨! 오늘 뭐 먹으란 거예요!!" 라며 짜증 낸다.
국에 빠진 고기는 싫은데 반찬마저 생선과 나물이니 먹을 게 없다는 거다.
아이들은 관계를 계산한다.
급식실에 막무가내 화를 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음을 안다.
아이들이 불평하는 본인의 태도가 나쁘다는 건 안다.
그러나 하루의 유일한 낙이 급식인데 기대감을 충족해주지 않으니 급식을 받는 순간 욕부터 튀어나와 버린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 심하다.
영양샘들은 사실상 학생에 대한 아무런 평가권이 없다.
건강한 음식 편식 어쩌고 설명해 봐야 짜증만 더 난다.
나쁜 행동이란 건 알지만 욕부터 하고 기분 내키면 사과한다.
그나마 영양샘을 대하는 태도는 좀 낫다. 조리사님들은 더 함부로 대한다.
과거엔 생선조림이 식판의 한칸을 차지했을텐데 이젠 피자가 그 칸을 대신한다.
코로나 이후 뼛속까지 배달의 민족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피자에 환장한다.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피자는 배달 피자보다 훨씬 맛있다.
박스 종이 냄새가 피자에 베이지 않으면서 더 따끈하고 더 바삭하다.
배식이 끝나자마자 리필 줄이 좍 늘어선다.
남는 건 겨우 4-5조각이라 배식과 동시에 완판 되는 단골 메뉴다.
아이들이 잘 먹으니 넉넉하게? 노노!!
이런 메뉴는 절대 넉넉하게 주지 않는다. 1인당 1조각이면 된다.
피자가 없으면 서운하니 메뉴엔 반영하긴 하나 피자로만 배를 채우는 건 금지한다.
그렇게 하면 건강한 다른 반찬은 아예 외면 당하기 때문이다.
간혹 아이들이 잘 먹는걸 좀 넉넉하게 주면 안 되냐는 민원전화가 온다.
급식실도 피자만 주고 싶다. 만들기도 편하고 아이들도 잘 먹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피자만 왕창 주는건 교육부의 영양기준에도 걸리나 무엇보다
피자만 왕창 먹는 급식의 끝은....?
빠른 성인병일 뿐이다.
당장 편하고 맛있는 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된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노력을 다 함께 해야 하는데
갈수록 학교급식만 외롭게 노력하는 기분이라 힘들고 안타깝다...
꼬막무침
엄청 맛있는데 아이들이 안 좋아한다.
그냥 1개 이상 의무적으로 먹는 게 미션이다.
안 먹으면 스티커를 못 받는다.
목이버섯 볶음
오들오들 넘 맛있는데 아이들이 질색팔색해서 자율 배식대로...
코로나 이후 모든 나물, 야채에 질색팔색한다.
텃밭의 야채들. 그래도 쌈은 무난히 먹는다.
꺳잎김치, 배추김치
삼계탕은 통마리 닭을 푹 우려 먹기 좋게 뜯어 줘도 잘 먹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닭다리로 꼬시면? 닭다리만 받아간다.
육수와 같이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하면 의심스런 눈초리로 국물을 아주 조금 받아간다. 참 먹이기 힘들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 건대추와 양파로 우린 닭육수가 예술이다.
햐... 이런 맛을 내는 삼계탕집을 있다면 대박 날 텐데... 내가 하나 차릴까? ㅎㅎ
닭다리는 삶아건져 온장고에 넣었다가 하나씩 배식한다.
쁘띠첼 과일젤리(포도), 아이들도 좋아하고 맛있는데 한 가지 단점은 뚜껑이 뜯기가 아주 힘들다. 이런 게 급식으로 나가는 날은 선생님들이 한 명 한 명 떼어주느라 식사를 잘 못하신다. 제일제당 관계자님 요거 뚜껑 조금만 잘 뜯어지게 만들어 주세요.
오늘도 맛있는 급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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