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영양(교)사 하는 일, 영양교사 업무
어제 오후 동료샘에게 문자가 왔다. 3식 급식학교 기간제 영양(교)사 구인 홍보 단톡방에 좀 올려줘.
급식인원 100명, 3식, 토일 방학중 급식 없음, 시내에서 25분 거리.
여기 이번에 구하는 영양교사가 대체에 대체에 대체다. 영양교사를 우선 채용하나 희망자가 없다면 영양사도 괜찮다는 내용이다.
해당 공고는 우리 지역 단톡방에도 이미 올라있다.
신규 영양선생님이 발령받았으나 휴직하고 대체샘이 오셨지만 곧 그만두고, 대체샘에 대체샘이 또 그만두고, 이번에 대체에 대체에 대체샘 구한다는 구인 공고다. 이번이 4번째 바뀌는 영양샘이다.
경력 있는 영양샘들은 자주 올라오는 학교의 구인 공고를 보면 학교 환경을 유추할 수 있다. "허구헌날 사람 뽑아대는 저런 학교를 누가 지원해? 아무도 안 가겠다." 그러나 대학을 갓 졸업하고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의 쌩판 신규 영양(교)사님들이 간혹 원서를 넣는다.
3식이나 출퇴근 거리도 가깝고 식수도 100명이니 괜찮은 조건인 듯한데 영양샘들이 자꾸 그만두는 이유가 뭘까? 짐작컨데 행정실이나 교무부에서 신규가 왔으니 이때다 싶어 부수적인 업무를 은근슬쩍 몰아줬을 것이다. 경력직 영양 선생님들은 "이걸 왜 제가 하나요?" 하며 받지 않았을 업무이나 신규 영양샘들은 업무의 기준을 잘 모르는데다 채용되자 마자 업무를 따지며 거절한 입지와 여건이 되지 못할거란 계산에 시침뚝 떼고 이것도 저것도 얹어 준 게 아닐까 싶다. 낙타 등에 봇짐을 무조건 차곡차곡 싣기만 하면 낙타가 걸어가나? 짐의 무게에 주저 앉을 수밖에 없다.
급식 본연의 일은 동료나 선배 영양사들에게 묻고 지원이라도 받으며 어떻게든 처리 하겠지만 급식이 아닌 업무는 물어볼 곳이 없다. 돌아오는 답변은 "그런 걸 영양샘이 왜 해요?" 통화를 할 때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자괴감만 든다. 뭔가 부당한 것 같아 행정실과 교무실로 간다. 이 업무는 못하겠습니다. 주변 학교에 누구도 이런 업무를 하는 영양교사가 없던데요. 지금 급식 업무만 해도 너무 버겁습니다. "다른 학교야 어떻든 우리 학교는 예전부터 영양샘들이 다 해왔어요." 라며 한결같은 태도를 보인다. (거짓말이다. 신규나 기간제 대체가 오면서부터 은근슬쩍 넘긴 것이다. 그러니 다들 그만뒀지)
"저는 못하겠어요. 그만두겠습니다!!"
배부른 소리 같은가? 부당하지만 할 수 있으면 한다. 그러나 매일 야근에 날밤을 새도 업무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래서 허구한 날 구인 광고가 뜨는 게 아닐까? 그 외 급식에 대한 폭탄 민원인이 내외부에 있는 것 보너스. 물론 짐작일 뿐... 아님 말고.
3식 학교는 급식이 나오는 자체만으로 감지덕지 해야한다. 규모가 큰 3식 학교는 영양교사를 추가해 2명을 배치하고 지역에 따라 영양보조 인력을 채용해서 지원하고 있으나 과중한 급식 업무를 처리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얼마 전 어느 병원 원무과장님이 "영양사님 좀 구해주세요"라며 일부러 학교 급식실로 찾아오셨다. "병원도 영양사 구하기 힘들죠? 저희 학교 쪽도 사람이 없어요. 알아는 보겠지만 기대는 하지 마세요."
구직 제안을 하려면 연봉 정도는 알아야 하니 물어봤다.
"연봉은 얼마나 되나요?"
원무 과장님의 답변... "요구 조건 무조건 맞춰드립니다."
"조건은 좋은데... 뭔가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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