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멘탈멘토 Jul 02. 2023

친절하되 친절하지 마라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면



행복한 점심시간, 다들 즐겁게 급식을 먹으러 오는데 누군가가 찬물을 끼얹는 한마디.


오늘 급식이 왜 이래? 왜 이리 부실하노?


급식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릴만큼 큰 목소리다. 급식 담당자로 듣기 거북한 말이라 내용 확인할 거 없이 반사적으로 답한다. "오늘이 부실한 게 아니라 오늘이 정상입니다."


급식은 이게 문제다.

급식을 잘해주면 가장 잘 해준 날이 기준이 되어 버린다.

실컷 잘해주고 본전도 못 찾는다.


아무 생각 없던 다른 교직원들이 부실하다는 말에 무거워진 공기를 바꾸려 한 마디씩 한다. "오늘 회식이라고 일부러 그랬나 봐. 영양샘이 선경지명이 있으시네요.ㅎㅎㅎ" 그 말에 이어 조리사님들은 "죄송해요. 담에 맛있는 거 많이 해드릴게요"라고 한다. 밑도 끝도 없는 누군가의 한 마디가 한순간 급식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급식은 나 혼자 준비하는 게 아니다. 한 끼의 식사가 제공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드는데 이른 아침부터 힘들게 음식을 만들어 배식이 시작되자마자 듣는 말이 왜 이리 부실해? 더군다나 조리사님들이 죄인처럼 한 마디씩 사과를 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하지만 꾹꾹 누르고 행여 내가 놓친 무슨 문제가 있나 해서 식판을 살폈다. 부실하다고 말한 이가 국을 마지막으로 배식받는다.

대구지리탕과 돼지불고기 미역줄기볶음에 모둠쌈, 김치, 슈크림빵 후식까지 꽉꽉 찼다. 이게 부실하다고? 어이가 없네. 그제야 필자가 말했다. 참고로 필자의 목소리는 중저음에 아주 우렁차다.




근데 오늘 급식이 어디가 부실해요? 뭐가 부실한데요!!


식판을 들고 돌아서며 대답한다. 아니 누가 식판이 부실하대요? 배식대가 부실하다 했죠!! 배식대는 오늘 먹을 음식들을 담아 놓는 곳이다. 배식대가 풍성하면 식판도 풍성할 것이고 배식대가 부실하면 식판도 부실한 것으로 연결된다. 오늘따라 배식대의 밧드들이 작은 것들만 놓여 배식대의 공간이 비어 보여 부실해 보인다 한 건데 필자가 과하게 반응한다고 억울하다는 뉘앙스다. 어쨌거나 결론은 급식이 부실하다 아닌가? 설령 의미가 다르다한들, 농담이라 한들, 애써 준비한 급식실에 대고 오자마자 "왜 이리 부실해?"가 웬 말인가??


필자의 고함?에 급식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급식을 드시던 한 분이 식판을 보며 "급식 전혀 안부실한데..." 라고 한다. 1부 급식을 하는 교직원들 모두가 오늘 왜 이리 부실해?부터 급식이 뭐가 부실해요? 까지의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필자가 아이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게 있다. 좋은 친구와는 잘 지내야 하지만 나를 함부로 대하는 나쁜 친구에겐 정식으로 화를 내야 한다고.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그건 상대방에도 책임이 있지만 나에게도 책임이 있는 거라고.


https://brunch.co.kr/@dudnwl/174


누군가와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일은 아이도 어른도 엄청난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실 그런 에너지는 너무 아깝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저런 일에 에너지를 내 아까운 에너지를 써야 하나? 그러나 앞으로 급식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부실하다는 말에 버럭 감정이 치솟기도 했지만 사실 그동안의 일들이 쌓여 오늘만큼은 기필코 제지해야겠다는 계산이었다. 아이들과 날마다 잔반 없는 날을 하고 있는데 정작 모범이 되어야 할 교직원은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욕심내고 가져가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걸 한두 번 목격한 게 아니라 속이 뒤집히던 날들이었다. "마음껏 가져가도 되는데 남기지는 마세요"라고 몇 번이나 안내했지만 "어떻게 안 남겨요" 라는 농담으로 비켜갔다. 출장이나 휴가로 급식을 못 먹는 교직원이 있으면 "오늘 누구누구 안 왔으니 이건 내꺼 ~ 제가 대신 먹을게요. 대신 챙겨갈게요." 친분이 두터운 교직원이라면 이해하나 서로 웬수?같이 지내는 사람의 급식까지 챙겨가기에 "그러세요. 내일 오시면 대신 챙겨갔다 말씀드릴게요"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본인이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면 "내가 안 먹는거네. 나는 오늘 급식비 빼줘. 빼줘."라고 단 하루의 예외 없이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조리사님들이 다른 반찬을 넉넉히 챙기며 "이거라도 많이 드세요"라고 한결같은 저자세로 대하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다.


방법이 더 부드러웠다면? 그렇게 해서는 효과가 전혀 없다. 이미 해봐서 안다. 여러 학교를 다니다 보면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식탐이 과한 사람이 급식에 대한 간섭도 젤 많고 잔반도 젤 많다. 오늘 같은 일이 한번 있었다고 그 사람의 말투와 태도가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나 급식 담당자로 할 말을 했고 조리사님들을 보호했다는 생각이 든다. 급식실이 무조건 친절하면 안 된다. 선을 넘는 사람에 대한 방어는 필요하다.


급식을 먹고 가시는 한 분과 눈이 마주쳤다. 멋쩍은 나를 향해 슬쩍 미소와 함께 엄지척을 날려준다.      






속이 썬~한 대구탕 만드는 방법


대구탕 재료 (손질한 대구, 대구알/곤이/이리, 오만디, 다시 멸치, 다시마, 무, 대파, 쑥갓, 두절 콩나물, 고춧가루, 소금, 국간장, 마늘)


1. 다시 멸치와 다시마로 기본 다시물을 낸다.

(멸치와 건다시마를 펄펄 끓는 물에 한꺼번에 넣고 뚜껑을 열고 7분 끓인다. 멸치의 비린맛이 날아가면서 국물맛이 우러난다. 7분 후 불을 완전히 끄고 뚜껑을 덮은 채 20-30분 그대로 둔다. 이렇게 하면 멸치의 잡내가 나지 않는 깔끔한 육수 맛을 낼 수 있다.)

2. 고춧가루와 국간장 무를 넣어 볶다가 1의 다시물을 넣어 끓인다.

3. 무가 반쯤 익으면 대구와 곤이, 미더덕을 넣는다.

4. 콩나물과 간 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5. 배식전에 쑥갓과 대파를 넣는다.


쌀뜨물을 진하게 내어 끓여도 맛있어요.

국물의 시원함을 더해줄 콩나물

대구탕에 두부를 넣으면 시원한 맛이 반감됩니다. 두부만 넣지 않아도 웬만해선 시원한 대구탕이 됩니다.

아이들이 첨에는 곤이가 골모양과 비슷하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다가 우연히 한번 먹어 보면 그 맛을 알고선 곤이를 많이 달라하고, 리필까지 하러 온다. 이들이 대구탕의 참맛을 알아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