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을 먹으러 온 아이가 싱글벙글한다.
선생님 저는 김치콩나물국 많이 주세요.
어릴 때 할머니가 자주 끓여줬던 국이라 더 좋아해요.
급식에 나오는 국에서 할머니와 추억을 떠올리는 아이가 인상적이다.
할머니가 직접 들으셨다면 얼마나 흐뭇하실까.
퇴식구에서 있다가 해당 아이를 또 만났다.
식판을 깨끗하게 비웠다.
"선생님 오늘 급식 너무 맛있었어요. 일기에 적을래요."
"급식 맛있다고 해줘서 고마워. 일기 쓰면 선생님한테도 좀 보여줘. 궁금하다."
"예!"
"선생님 근데... 엄마가 일기에 급식 이야기는 그만 좀 적으래요."
ㅋㅋㅋ
무슨 의미일까?
엄마는 아이가 다양한 주제로 일기를 썼으면 하는데 아이는 하루일과 중 가장 기분 좋고 기억에 남는 게 늘 급식이라 아마도 일기장의 대부분이 "오늘 학교급식에서 갈비찜을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오늘 김치 콩나물국을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훗날 아이가 어릴 적 일기장을 보며 오늘 할머니를 추억한 것처럼 학교급식을 추억해 준다면 흐뭇하겠다.
일기장의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 궁금... 꼭 보여 달라고 졸라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