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연수원에서 먹은 감동급식
학교 급식실에서 아이들과 날마다 잔반 없는 날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결석이나 체험학습 등으로 학교에 오지 못하면 양심잔반 스티커를 붙일 수가 없다.
선생님 저희는 내일 체험학습이라 학교에서 급식을 못 먹는데 스티커는 어떻게 해요?
"체험학습 가서 남기지 말고 먹고, 다 먹은 사람은 다음날 학교 와서 스티커 붙여!"
아이들이 다음날 학교에 오면 어제 못 붙인 스티커를 붙인다.
정말 남기지 않고 다 먹었어? 예 거기서도 안 남기고 다 먹었어요.
그래 잘했다. 학교에서만 남김없이 먹는 게 아니라 집이나 식당 어디에서든 그렇게 해.
이번엔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학교에 출근을 안하고 연수원으로 왔다.
연수원에서 오전에 열심히 공부하고 급식실로 가면 시간 딱 맞춰 날마다 다른 급식을 준다.
아줌마들이 여행을 가면 "아이고 좋아라 ~ 남이 해주는 밥이 젤 맛있는기라"라고 한다.
맛이 있든 없든 밥을 해주는 분의 노고를 알기에 하는 말이다.
여느 아줌마들처럼 영양사들은 남이 해주는 급식에 감사한다.
한 끼가 완성되기까지의 노고를 단체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들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아 ~ 급식을 먹는 모든 순간이 감동이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3일간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급식. 소식가라 먹을 만큼만 담았더니 식판이 좀 휑해 보인다.
밥과 부찬은 자율배식이고 국과 주찬인 고기는 배식을 해주셨다.
어묵탕 넘 많은데요. 닭고기 넘 많은데요 하기 전에 이미 ㅋㅋ
넘넘 맛있게 먹고 오후 시간에 꾸벅꾸벅했다.
둘째 날, 잘난 콩나물국을 어제의 하얀 국그릇이 아닌 왜 뚝배기에 주나 했는데 요놈이 보기보다 넘 얼큰 시원하다. 충분히 뚝배기에 담길 만큼 메인 메뉴의 자격이 있네. 어떻게 하면 이런 맛이 나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내 앞사람이 조리사님 한 분을 붙들고 이미 물어보고 계신듯 했다. 나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끝나자 후다닥 일을 하러 가시는 바람에 물어보지 못했다... 두부조림과 쇠고기겨자냉채도 맛나서 한번 더 리필해서 먹었음.
셋째 날, 등뼈감자탕과 동글동글 예쁘게 구운 부추전. 이 많은 지짐이 굽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정말 감사합니다. 아삭아삭 오이지도 우거지탕도 넘 맛났어요. 오늘도 남김없이 싹싹.
출장 후 학교에 복귀하면 아이들이 내게 묻는다. 샘 출장 잘 다녀오셨어요? 급식 안남기고 잘 드셨지요?
그래! 당연하지!! 너희들에게 검사 받으려고 이렇게 사진도 찍어왔어.
우리 학교엔 꼬마 영양샘이 많다. 영양샘도 꼬마 영양샘이 관리하고 격려해준다^^.
교육은 지시하고 통제하는게 아니다. 이끄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생활에 스미게 해서 파생되게 해야 한다.
점심 후 연수원 정원을 거닐며 사색했다.
시설이 아주 좋았다. 운동장엔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 없는 게 없더라는.
사색하는 시간이 좋다. 사색이 곧 자본이다.
내가 창조한 지식은 반드시 재산으로 등록해야 하는 걸 배워왔다. 부동산과 돈은 한순간 잃을 수 있지만 지식 재산은 그런 염려가 없다. 지식이 최고의 연금이자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