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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Sep 27. 2022

오늘도 학교급식에 불량식품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다날(수요일은 다 먹는 날)이다.

수다날은 보통 학생들의 기호도가 높으면서 무난한 메뉴로 구성하고 

당일 급식을 다 먹은 학생에게만 스티커를 줘서 스티커판이 채워지면 작은 선물을 받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작년 이맘때는 잔반 없는 날을 날마다 하면서 스티커 7장이 채워지면 선물을 줬다.

선물 받는 날이 자주 다가오니 전교생이 놀랍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줬다.

그렇게 66일 간만 지속하면 몸에 습관이 베일 거라 기대했는데...

안타깝게 예산과 코로나 등 여러 문제가 생겨 66일을 완성하지 못하고 학년이 마무리되었다.


https://ojwisscary.tistory.com/23


이후 일주일에 한 번(수다날=수요일은 다 먹는 날)으로 줄였더니 

스티커를 모아 선물을 획득하는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7개(한 줄)를 채우려면 무려 한 달 반이 걸리니 

아이들의 인내력이 떨어져 무난히 참여하던 아이들마저 점점 시큰둥한 반응이다.

스티커를 포기하고 잔반을 남기는 아이들이 더 많다. 

이젠 스티커 약발이 듣지 않는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뭐가 좋을까?



오늘은 수다날이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먹기 힘들어하는 생선이 나오는 날이다.

요즘 아이들은 본인들이 먹기 싫은 것은 어지간해서 먹지 않는다.

스티커로 꼬셔봐야 "절대 안 먹을 거예요!!"라며 뜻을 굽히지 않을게 뻔하다.


생선을 한 번이라도 맛보게 하려면 생선을 먹은 포상이 아주 호기심 가득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 "수다날 = 수요일은 급식 다 먹는 날"의 선물은 무지개 솜사탕으로 정했다.


롤케이크를 자른듯한 단면이 파스텔톤으로 알록달록 사랑스러운 무지개 솜사탕인데 

솜사탕을 한 겹씩 풀어먹는 재미도 있고 먹다 보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갱이도 섞여있다.

무지개 솜사탕이란 이름으로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어머 이게 뭐지? 싶었다.

어떤 맛일까? 나도 궁금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래. 요걸 수다날 상품으로 줘야겠다.



솜사탕은 영양학적인 측면에선 사실 좀 불량하다. 

때문에 헉! 학교급식에서 이런 불량식품의 대명사를 준다고? 하며 혀를 끌끌 차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잣대로만 생각할 수 없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 (해야 할 일)로 바꾸어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하려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 = 좋아하는 일)과 짝을 지워서 해야 한다.


생선을 먹는 것 =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무지개 솜사탕을 먹는 것 = 호기심 넘치고 (하고 싶은 일)이다.



보통날처럼 스티커를 줬다면 급식 다 먹기 미션 성공률이 50-60%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솜사탕이기에 미션 성공률이 99%다.  

 


평소 같으면 의무감에 억지로 받아 젓가락 한번 대지 않고 잔반통으로 직행했을 생선 구이를 

오늘은 솜사탕이 받고 싶어 거의 모든 학생이 급식을 남기지 않고 클리어했다. 

오직 2명만이 생선 먹기를 너무 힘들어해서 약속대로 솜사탕을 받지 못했다.

대신 다음 주에 3일 이상(생선 없음) 급식을 남기지 다 않으면 자기 몫의 솜사탕을 보관했다고 주기로 했다.

생선만 아니면 괜찮으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평소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들도 방긋 웃으며 식판을 깨끗하게 비워서 왔다. 



아이들이 오늘 생선을 한번 먹어봤다고 이후에도 생선을 계속 잘 먹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건강에 좋은 생선을 먹고, 건강에 좋지 않은 솜사탕을 후식으로 먹었으니 건강면에서도 본전이다. 


그러나 스스로 생선을 먹을 수 있도록 행동을 이끌어 내고 

평소 먹어보지 않은 생선의 맛을 용기 내어 경험해봤다는 게 중요하다. 


또한 코로나로 별로 즐겁고 웃을 일 없는 아이들에게

돌돌말이 무지개 솜사탕으로 작은 즐거움을 선사했으니 정서적인 만족은 플러스다.


이것이 내가 학교급식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량식품을 주는 이유다. 

 


아이들이 가고 난 후 테이블을 보니 솜사탕의 알갱이만 요렇게 남겨 놓은 게 있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게 이상했나 봐 ㅋㅋ.



요걸 보니 얼마 전 급식한 고구마 떡의 껍질을 벗겨 놓고 간 게 생각나네 ㅋㅋ



1학년 아이들이 진짜 고구마인 줄 알고 껍질을 벗겨 먹은 흔적이... ㅋㅋ 귀여워라 ~



진짜 고구마와 정말 비슷하게 생긴 가짜 고구마 찹쌀빵 

쫄깃한 찹쌀피에 고구마 앙금을 넣고 자색 고구마 가루를 묻혀 만든 반제품이 나온다.

실온에서 30분 정도 해동후 예열된 오븐(건열)에

160-170도 15분 관찰 조리 / 고구마가 요렇게 좀 터지도록 구워야 맛있다.



고구마 떡은 껍질 안 벗기고 먹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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