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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Dec 10. 2023

명품급식은 초보 영양사가 반드시 거쳐가는 과정

모든 전문가는 힘 빼는데 최소 5년. 급식도 마찬가지


학교급식의 목적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균형 있게 공급하여 심신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고, 편식교정 등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급식은 어떤가?  다양한 가공품에 단짠단짠으로 뒤덮은 식판샷이 급식맛집이란 해시태그로 sns에 떠돌고, 언론에서는 당장의 입맛과 인기에만 연연해 건강은 뒷전인 급식을 자기네들 마음대로 명품급식이 칭송하고 있다. 덮친 격으로 코로나를 견디면서 온 국민이 배달의 민족이 되어버렸고 아이들은 온갖 자극적인 메뉴의 경쟁적 노출로 뇌와 맛봉우리가 마비된 지 오래다. 과거의 소박하고 건강한 급식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만 무지와 무분별이 날뛰는 몰상식 시대에 건강 따윈 관심 없으니 오직 더 맛있는 급식을 달라는 요구가 거세진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급식도 힘 빼는데 최소 5년


명품급식은 초보 영양사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단계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전문가는 힘 빼는데 5년이란 말이 있다. 공부도 사업도 골프도 강의도 일단 시작하면 힘을 잔뜩 준다. 방법은 모른 채 잘하고 싶은 욕심만 앞서기 때문이다. 당장 잘 먹이고 싶어 다양하고 자극적인 새로운 메뉴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요자들의 맛있다는 칭찬에 꽂혀 조리실에 무리한 요구도 하게 된다. 애초부터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주면서 수제라는 명목으로 (가공품보다는 건강하다) 억지 정당화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메뉴는 직접 조리에 참여해 어떻게든 멋진? 한 끼를 완성해 내고 잇따른 아이들의 환호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 경력이 쌓일수록 화려한 급식의 이면에 가려진 그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쳐가는 조리실, 끝없이 높아지는 기대감, 환호에 무뎌지는 감정과 공허, 서서히 늘어가는 아이들의 건강악화 등이다. 열정적인 새내기 영양사의 멋진 도전은 자칫 현란하고 자극적이며 정크푸드(고칼로리에 영양가는 없는) 천국인 급식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려고 내가 영양사를 하나? 그제야 건강이란 가치가 결여된 급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돌아보며 화려하고 멋진 명품급식은 지속가능할 수 없고, 지속해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수많은 초보 영양사가 필수로 거치는 과정이다. (필자 역시 해당 과정을 경험했고 여전히 딜레마를 헤매는 중이다.)


학교급식의 목적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균형 있게 공급하여 심신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고, 편식교정 등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있다.


힘을 빼는 동시에 힘줘야 하는 곳 알아채기


급식 담당자라면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메뉴로 아이들의 입맛을 충족시킬까 이전에 자극적인 음식을 무분별하게 노출시켜 아이들의 뇌와 입맛을 마비시키진 않았는지... 그런 급식이 쌓여 건강을 잃게 하진 않았는지... 편식을 교정하긴커녕 편식을 조장해서 올바른 식습관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진 않았는지를 늘 반성해야 한다. 단체급식은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단순한 만족감을 높이고 배를 채워주는 곳이 아니다. 급식을 제공하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이미 경험으로 알겠지만 자극적인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먹지 않는 음식이 무수히 늘어난다.  


너무 늦기 전에 힘의 방향을 "맛있는 급식"이 아닌 "올바른 식생활 교육"으로 되돌려야 한다. 급식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빼앗기지 않고 영양사가 가져와야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은 식생활 교육 및 나쁜 식습관에 노출되는 걸 최대한 막는 것이다. 소중한 나를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지금까지 식단에 쏟은 열정을 식생활 교육으로 방향을 돌리면 이미 망가져 버린 아이들의 입맛이지만 어느 정도 정상 궤도로 되돌릴 수 있다. 물론 급식 담당자의 노력만으로 역부족이다. 모두가 올바른 식습관에 함께 동참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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