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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Nov 10. 2022

급식을 남기는 가장 흔한 이유


오늘의 급식


쌀밥, 누룽지탕, 치즈스파게티, 오리목살구이, 깻잎무쌈, (쌈장, 머스터드, 마요네즈) 애호박볶음, 영양부추겉절이, 배추김치, 파인애플



치즈스파게티




(급식을 남기는 이유) 첫째, 급식실에서 너무 많이 줬어요



평소 급식을 아주 좋아하고 잘 먹는 고학년의 한 아이가 스파게티를 많이 달라고 졸라서 엄청 받아가더니 결국 밥을 고대로 남겨서 잔반통에 버린다. 슬쩍 곁눈질로 봐도 엄청난 양이다. 잔반을 버리고 냅다 뒤로 돌아 빠른 걸음으로 내뺀다. 밥양을 보니 한 숟갈도 먹지 않고 고대로 버린것 같다.


"00아, 일루와바"

저요?

"혹시 어디 아프니?"

아니요.


스파게티 욕심내서 받아 가더니 스파게티 먹고 나니 배 불러서 밥을 못먹겠지?

지금 1학년들도 잔반 줄이기 운동에 저렇게 열심히 동참중인데 선배인 니가 이러면 되겠니?

오늘 잔반통 좀 봐. 니 밥 밖에 없잖아.


"그게 아니고... 조리사님이 밥을 너무 많이 줬어요."




또 조리사님 탓이야?

니 탓은 없어?


맨날 받는 급식인데 조리사님이 갑자기 너한테 먹지도 못할만큼 밥을 산더미로 줬다고?

만약 그랬더라도 "밥이 너무 많아요. 덜어주세요" 라고 했어야지.

스파게티 많이 달라는 말은 그렇게 크게 잘 하면서 밥 조금 달라는 말은 왜 안했어?

받는 즉시 "어, 너무 많은데...조금 덜어주세요" 했으면 되잖아.

 

네가 평소에 급식을 아주 좋아하니까 조리사님이 너를 살뜰히 잘 챙겨주는거 너도 알지?

그럼 조리사님에게 고마워 해야하고 이렇게 남겼을땐 미안해 해야 하지 않을까?


올바른 태도가 서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거야.

우리는 네가 급식을 너무 좋아하고 잘 먹어줘서 항상 고맙고 예쁘거든.

그런데 행동도 예쁘게 해야지.

선생님이나 조리사님들이 학생들을 무조건 친철하게 대하는건 아니야.

친절한 학생들에게 급식실도 친절할 수 있는거야.

 

스파게티 나오는 날은 밥량 신경써서 조절해서 받자. 할 수 있겠지?


"예...선생님, (잔소리가 끝났음을 인지하면서 표정이 밝아지며 ) 저 내일 고기 많이 주세요^^."


아이고 ~ 알아 들은건지 ...

한번 교육으로 알아 듣는다면 그건 애가 아니지 ...

2%쯤 알아들었을거란 기대로 다시 반복 교육

어쩌랴. 그게 학교 선생님들의 일상인 것을 ㅎㅎ




멘탈이 바뀌지 않으면 급식실은 언제나 공격 대상이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종종 급식실에 와서 푼다.

스트레스는 너무 많이 받고 스트레스를 풀 곳은 없으니... 가장 만만한게 급식이다.

모든 욕구 불만은 먹는 것과 이어진다.  


급식을 많이 주면 많이 줘서 불만 ( 저는 왜 나물 많이 줘요? )

급식을 적게 주면 적게 줘서 불만 ( 저는 왜 고기 적게 줘요? )

급식이 맛 있으면 맛 있어서 불만 ( 더 먹고 싶은데 왜 이것 밖에 안줘요? )

급식이 맛 없으면 맛 없어서 불만 ( 개개인의 입맛을 맞추는 건 불가능 하며 일부러 맛 없게 만들지 않는다.)


식당에서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 만큼 난장판을 치며 노는 아이를 모두가 눈살 찌푸리지만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달래기까지 기다려주는 것처럼 학교도 일단은 담임 교사가 학생의 잘 못된 행동을 지도하길 기다린다. 담임교사는 가만히 있는데 급식실에서 아이를 먼저 지적하면 마치 아이의 엄마는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는데 주변 아줌마들이 오버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담임 교사가 불쾌해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거친 행동을 꾸중해야 한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급식실에서 영양 교사가 유일하다. 학생을 지도할 고유 권한?(조리가 업무이지 교육이 업무가 아님)이 없는 조리사와 조리 실무사님들은 무작정 화를 내는 학생들에게도 감히 반격하지 못한다. 한마디 하면 "아줌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예요" 라며 대놓고 하대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럴땐 사실 아이도 제정신이 아닐만큼 어디선가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아 온 경우다. 아이의 행동이 너무 심할 때면 조리사님들이 나를 부른다. 선생님 이 학생 좀 지도 해 주세요.


조리사님들도 할 짓이 아니고,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안쓰럽고 밉고 안타깝고 한대 때려 주고도 싶은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거친 감정이 사그라들면 아이들은 또 언제 그랬냐는듯 해맑게 웃기도 한다. 그래서 더 환장한다. 



 

당신의 아이가 만약 학교 급식이 맛 없다고 불평하면

당신은 무조건 학교의 영양사와 조리사가 아주 무능해서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당신의 일에 그토록 퍼펙트한가?

음식을 만들다보면 어쩌다 실수하고 실패하는 날이 있을 수 있으나

학교 급식이 늘 맛 없다는 건 학교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매일 피자, 치킨, 라면만 먹다가 학교의 담백하고 건강한 급식이 입맛에 맞을리 있나?



아이들이 만족하는 급식의 끝은 당뇨와 고혈압이다.



영양사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밥상을 채우고 싶다.

그럼 먹이는 것도 수월하고 만족도도 높고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먹을만한 걸 줘야 먹지 않냐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식단을 작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음식만으로 식단을 채우면 영양 분석에서부터 오류가 생기고

예산도 따라 주지 않고 온갖 급식 지침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 교육부 지침에 위배되지 않는 급식은 아이들 급식 기준에 위배된다.

- 아이들 입맛을 맞춘 급식은 교육부 지침에 위배된다.


아픈 곳을 아주 잘 치료해주는 실력있는 의사를 피하라고 한다.

알고보면 아주 독한 약을 쓰기 때문이다. 당장 아픈 곳은 낫지만 약물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난다.

급식도 마찬가지다. 아주 맛있는 음식 위주로만 식단을 구성하는 인기짱의 영양사는 피해야 한다.

아이들이 환호하는 음식은 당장 만족도는 높으나 그 끝은 결국.... 고혈압과 당뇨병일 뿐이다.

급식의 불만족을 개선하려는 과한 노력(지침 무시, 영양기준 무시)은

당장의 만족도는 높이나 결국 미래의 성인병을 대거 양산하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영양사의 책무인가?




100점짜리 급식을 줘도 정작 본인들이 30점으로 둔갑시켜 먹으면서 영양사 조리사를 무능력하다 계속 질타한다면 앞으로 학교급식에 종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재도 학교 급식실 인력이 자꾸만 이탈된다. 대체 인력은 아예 구하지도 못하고 조리실무사 신규 채용은 더 이상 지원자가 오지 않는다. 시니어 관련 일자리 창출 이후 이젠 힘든 조리 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코로나로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일 할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급식이 부실해지면 민원이 폭발한다.

사람이 아프지만 급식실 사정 따윈 아랑곳 없다.

도시락 업체라도 긴급 대체하는 방법이 있으나 학교 납품을 반기지 않는다.

덮석 계약을 했다가 학생들의 민원이 폭발한 경험이 한두번씩 있기 때문이다.

도시락마저도 학교에서 부탁 부탁해야 겨우 해주는 처지다.

 

인근 학교가 학교 급식실 공사기간 동안 도시락 업체를 계약했다가 3번이나 교체한 경우를 봤다.

학교 급식을 먹다가 외부도시락이 제공되니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3번째 교체로 마음에 드는 도시락을 만난게 아니라 공사가 종료된 것이다.

해당 도시락 업체들은 다시는 학교랑은 계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http://www.knn.co.kr/260464



최근 신규 영양샘 2명이 자살을 했다



아이들의 입맛을 맞추려 갈수록 화려해지는 학교 급식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교과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고 시험을 치면 100점 받은 아이는 칭찬을 하고 50점은 꾸중을 한다.


급식 반대다. 100점짜리 건강한 급식을 제공해도

아이들은 본인이 먹고 싶은 것만 받아 50점 30점짜리로 둔갑시켜 먹는다.

그러면서 급식이 30점 50점짜리 밖에 안 된다고 난리친다.


또한 요즘처럼 치솟는 물가엔 집안 살림만 빠듯한게 아니라 학교살림도 빠듯하다.

그런데 이번 학기 들어 급식이 부실하다는 학부모 민원이 이례적으로 급증해 학교운영위원회씩이나 소집해 영양교사를 대대적으로 죄인 취급한 학교를 어느 보도 자료를 통해 봤다. 폭등하는 물가에 한정된 예산으로 식단 작성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기사 내용을 보면 결국 영양사가 홀로 싸워 학부모와 교직원을 납득시킨게 확인된다. 이게 정말로 영양교사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인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2614290005627?did=DA


최근 부푼꿈을 안고 학교에 신규 발령 받은 20대 영양사 2명이 연이어 자살을 했다.

위와 같은 일들이 일선 학교에서 너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맘카페에서 자주 목격되는 지령들 "학교에 급식 맛없다고 민원 넣으세요. 급식실이 아닌 교장실에 바로 전화해야 하고, 교육청 급식 담당자에게도 전화하세요. 교육청 홈피 캡처한 자료 올려드립니다. 여기로 바로 전화하세요" 


위와 같은 조직적인 민원은 오랜 경력이 있는 노련한 영양교사들도 고초를 겪을 수 밖에 없다.  

하물며 신규 영양샘이 혼자서 저 어마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 하는건 당연하다.

그토록 치열하게 공부해서 부푼 꿈을 가지고 발령 받은 학교급식 현장은 너무나 잔인했고 결국...

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건 마음을 진정시키고 적어야지. 지금은 내용을 이어 적지 못하겠다...




오리목살구이

오리에서 딱 2점 밖에 안나오는 부드럽고 쫀득한 목살인데

오븐에 구웠더니 부드러운건 사라지고 쫀뜩함만 남아 아쉽...

담엔 볶아서 제공 해야겠다.


애호박나물, 영양부추무침

깻잎무쌈, 쌈장, 마요, 머스터드 (머스터드를 깜빡하고 안냈길래 사진 찍은 후에 냈음)



과일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늘어간다


파인애플, 누룽지탕


후식인 파인애플은 희망급식이다.

과일을 받아 통째로 버리는 사태가 종종 발생해 과일을 먹기 싫은 아이는 처음부터 받지 않도록 했다.


과거엔 집에서 자주 사먹지 못하는 과일을 학교에서 하나 더 먹으려 하는 분위기 였는데

최근 과일을 선호하지 않는 아이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 사업이 확대되면서 날마다 넘치도록 과일을 주니 과일이 질려버린 탓인 것 같다. 급식실에서 후식으로 주는 과일도 이토록 거부하는데 돌봄 간식으로 날마다 지원되는 결코 적지 않은 싸이즈의 과일 도시락을 아이들이 먹어 내는지 의문이다. 과일을 먹지 않는게 혹시 우리 학교만의 문제인가해서 타지역에 근무하는 영양샘께 여쭤봤다.


"선생님, 그 학교 애들은 과일 잘 먹어요?"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30% 정도입니다. 주스 같은 음료는 70%가 선호해요. 갈수록 과일을 안먹어요."


필자는 초등볼봄교실 과일 간식지원 예산 삭감에 동의하고 싶다.

(물론 그 돈을 영빈관에 쓰는건 반대한다.)

그게 아니면 학교급식 식단작성 지침에 주2회 이상 과일을 제공하라는 내용을 삭제하든가.


http://www.ikbc.co.kr/article/view/kbc202209220035


그나마 먹던 과일을 더 이상 먹지 않게 만든게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사업의 영향이라 여겨진다.

요즘 아이들은 아쉬운게 없다. 뭐든 필요로 하기 전에 넘치도록 주니 아쉽고 아까운게 하나도 없다.

샤인머스켓 출시이후 캠벨 같은 씨있는 포도는 쳐다도 안본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면 삶에 적응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렇게 키우는게 과연 올바를까?   



(급식을 남기는 이유) 둘째, 먹다가 흘렸어요



파인 애플을 희망자에게만 배식을 했는데 한입도 안먹고 고대로 가져와 잔반통으로 직행하는 친구를 발견!!

저기요. 파인애플 드신다고 해서 드렸잖아요. 왜 안드세요?


먹다가 흘렸어요!!


아이들의 왕 단골 멘트다.

먹다가 흘려서 못 먹는다는 말이다.

파인애플만 먹으면 되는데 먹지 않고 마지막까지 혼자 앉아 있기에 내내 지켜보고 있었는데

분명 파인애플을 흘린 적이 없다. 파인애플도 처음 식판에 놓아준 그 위치에 그대로 있다.

(먹기 싫으면 일부러 버리고 흘렸다고 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도 흘렸다고 우기면 못 이긴다.

혹시 내가 못본 찰나에 흘렸을 수도 있으니...

그래? 그럼 새걸로 바꿔줄게. 이리 가져와.


아이는 뭔가 계획대로 되지 않은 상황을 인식하고 잠시 망설이더니...

순순히 파인애플을 교환해서 다시 앉아 먹는다.


'이긍 ~ 스스로 선택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왜 받아만 가서 먹지도 않구 잔반통에 고대로 버리려 하냐구!!?'



급식을 너무 잘 먹는 1학년들

1학년들은 너무 착하니 오히려 걱정이다.

못 먹겠는데 억지로 먹는게 아닌지 걱정스러워서다.

혹시 급식 먹는게 아주 힘든날은 선생님한테 이야기 하세요.

급식을 받아서 일부러 안 먹는거랑 컨디션이 안좋아서 못 먹는건 달라요. 알겠죠?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그나마 초등학생들이니 급식을 남기는 이유가 "급식실에서 많이 줬어요". "먹다가 흘렸어요"이다.

초등생들이니 표현이 그래도 부드럽다.


(급식을 남기는 이유) 셋째, 맛 없어요

(급식을 남기는 이유) 넷째, 배 불러요


중, 고등학생들이 급식을 남기는 이유 1위는 "맛 없어요"이다.

급식이 맛 없다고 투덜대는 아이가 내일은 급식이 맛있다며 환호한다. 오늘 급식이 맛 없다며 공격적이고 거칠게 말하는 학생일 수록 다음날 치킨이 나오면 온갖 아양을 떨며 한개 더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먹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없고 아무것도 낙이 없다. 그래서 급식에 목숨을 건다. 


급식실에 오래 근무하다보면 맛 있다는 환호보다 오늘 급식이 뭐가 나오는지 별 관심도 없고 돌아서면 뭐 먹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가 젤 좋다. 급식은 그냥 무던한 집밥처럼 여겨야 한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왔다가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면 설레고 고마워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날마다 과도한 기대감을 무장하고 온다.   


급식은 급식일뿐이다.
날마다 특식을 바라면 안된다. 


급식을 아무리 열심히 해줘도 민원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날마다 더 맛있는걸 먹고 싶고 본인이 먹고 싶은 것으로만 배를 채우고 싶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은 단백질을 20%이하로 제공하게 되어 있음) 



급식실이 붕괴되고 있다. 내일이면 못 먹을지도 모른다. 

학교급식이 중단되는 학교가 이미 발생했다. 

 

 https://brunch.co.kr/@dudnwl/162


급식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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