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고 무해한 소비 - 2025년 가장 많이 팔린 소품 4가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산 것은 불안을 관리하는 "안정"
2025년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싱잉볼, 스트레스볼, 액막이명태, 달항아리다. 이들엔 공통점이 있다. 화려하지 않다. 비싸지도 않다. 복잡한 설명도 필요 없다.
이들을 ‘힐링 트렌드’라고 뭉뚱그리긴 어렵다. 사람들은 기존처럼 힐링을 소비한 게 아니라, 불안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구매했다. 병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상담 받을 만큼의 여유는 없고 그렇다고 아무 일 없는 척 넘기기엔 마음이 너무 많이 흔들리는 시대.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해주는 소리, 손을 바쁘게 만들어주는 촉감, 불안을 외주 맡길 상징, 말 없이 버텨주는 형태를 집 안 한쪽에 들이기 시작했다.
물건의 기능은 부수적이었다.
싱잉볼의 음역대가 어떤지, 스트레스볼이 실리콘이든 젤이든 중요한 게 아니었고, 액막이 명태가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지 역시 관심사가 아니었으며, 달항아리의 정확한 시대 양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잠깐이라도 멈출 수 있느냐
손에 쥐었을 때 몸이 먼저 느슨해지느냐
설명하지 않아도, 두는 이유가 생기느냐
차분해지고, 비워도 불안하지 않느냐
2025년에 가장 많이 팔린 물건은 논리보다 감각이 먼저 작동하는 물건이었다.
액막이 명태가 다시 팔린다는 건 흥미롭다. 사람들이 갑자기 미신을 믿게 됐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너무 많은 정보와 분석 속에서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출구가 필요해진 것이다. 안 될 때는 안 되는 거라고, 괜히 내가 부족한 사람 같아서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도록 외부에 걸어두는 장치.
그래서 액막이는 효험보다 역할이 중요하다. 결과를 바꾸는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책임을 전부 자신에게서 떼어내는 기준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물건 하나에 잠시 맡겨둘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 시대의 위로다.
달항아리가 인기라는 건 위로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신호다. 토닥이지도 않는다. 조언하지도 않는다. 잘하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다. 흠이 있어도 그대로 서 있고 비어 있지만 불안하지 않다. “괜찮다”는 말을 굳이 문장으로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달항아리는 형태로 건네는 위로다.
더 잘 살고 대단해지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무너지지 않고 넘기기 위한 장치. 손에 남고 눈에 남고 집에 남지만 말은 하지 않는 것들. 사람들은 지금 잘 살고 싶다기보다 덜 무너지며 살고 싶어한다. 이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