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이승과 지옥을 고찰한 일본 공포 걸작

오니바바 (1964, 일본, 신도 가네토)

by 영화보는소

<오니바바>는 공간을 통해 이승과 지옥, 더 나아가 삶과 죽음 자체를 긴장감 있게 다루어 낸 영화다. 공간은 수직과 수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 혹은 목적에 따라 수평으로도, 수직으로도 움직인다. 아주 좁은 공간은 시야를 차단시키면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 세 박자가 어우러지면서 영화는 이승과 지옥을 표현해 냈다. 1960년대 영화임에도 세련된 공간 구성과 인물들의 연기, 요괴 가면의 기괴함은 편협한 장치 없이 심리적 공포감을 극대화시켜 준다. 정말 무섭게 본 일본 공포영화였다.


<오니바바>의 공간 구성


<오니바바>의 공간을 간단히 그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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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와 여자들의 오두막을 점으로 쳤을 때 이들을 이어주는 수평적인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갈대들이 무성하며 수직적으로 서 있다. 중앙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구멍은 깊게 수직방향으로 파여 있다. 점과 점(오두막과 오두막)을 이어주는 선의 Y축을 0이라 봤을 때 갈대밭은 양(+)의 방향이고 구멍은 음(-)의 방향이다. 갈대밭은 인간들이 사는 곳이고 구멍은 죽은 시체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즉, 갈대밭이 있는 공간은 이승을, 구멍으로 깊게 파인 공간은 저승을 의미한다.


<오니바바> 속 인물들의 움직임


이 공간을 이해하면 인물들의 움직임이 가지는 의미 또한 이해가 가능하다. 이 영화에서는 인물이 총 세 명 나온다. 외간 남자인 하치. 그와 서로 성적 관계를 맺고 있는 며느리. 이들을 질투하고 갈라놓으려는 시어머니다. 이들 중에서 가로축으로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사람은 며느리다. 며느리는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갈대밭을 가로지르며 하치의 오두막으로 뛰어간다. 어머니의 목적은 그 수평의 움직임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멍 속에 들어가서 죽은 사무라이의 요괴 가면을 꺼내 온다. 즉,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수직으로 움직이는 인물은 어머니다.


영화 속 공간에서 갈대밭은 이승이고, 구멍은 저승이었다. 유일하게 수직으로 이동한 어머니는 이승과 저승 모두 이동하였다. 이후 어머니는 귀신 행세를 하다가 실제로 가면이 자신의 얼굴에 달라붙어 해괴망측하게 변해버리고 며느리는 어머니를 귀신으로 받아들인다. 귀신은 실제로 이승과 저승 그 경계에 머물며 이동하는 존재다. 따라서 어머니는 귀신이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양의 수직(이승)을 가로질러 수평으로 이동하는 며느리. 그 욕망을 가로막기 위해 양의 수직과 음의 수직(저승)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어머니(귀신)다.


<오니바바>가 고찰한 이승과 저승


결국 <오니바바>는 이승과 지옥을 계속해서 고찰한 영화다. 이승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계속해서 가로축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그러면 지옥은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 지옥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영화 속 구멍은 며느리와 어머니가 전쟁 속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사무라이들을 죽인 뒤 그들의 시체를 묻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그럼으로써 가치가 생성되었다. 결국 지옥은 이승에서의 탐욕으로 인해 저질러진 죄로 만들어진 곳이다. 지옥은 애초에 존재한 공간이 아니라 이승에 ‘의해’ 후순위로 만들어진 공간인 것이다.


<오니바바>는 지옥이란 인간들이 만든 곳이다라고 주장하는 영화다. 영화가 나온 시기에는 아직 전쟁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을 때였으며 인간들의 잔인함과 폭력성에 회의감이 극렬에 달했다. 이 영화 또한 시기는 다를지 몰라도 계속해서 전쟁으로 인해 피해받은 백성들과 잔인해진 인간들의 면모가 나타난다. 인간을 죽이고 시체를 쌓아놓으며 지옥을 만드는 행위 또한 이승에서 이루어졌다. 결국에는 이런 우리의 행태를 반성하자는 메시지를 내포한 것이다.


<오니바바>는 단순히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삶과 죽음. 저승의 생성을 고찰하고 인간들의 탐욕과 전쟁을 반성한다. 이 영화는 공포 영화 장르로써의 기능과 더불어 철학적, 시대적 고찰까지 겸비한 걸작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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