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날씨 이야기

by 영국일기

날씨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영국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구린 날씨와, 맛없는 음식 아니겠는가!

나는 영국에서 3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있었으므로 사계절은 다 보냈는데 일단 영국 날씨가 구린 건 확실하다.


비행기를 타고 유럽을 가로질러 영국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하늘 아래 풍경은 그야말로 끝없이 이어진 들판과 설산이었다.

그러다 구름 속으로 비행기가 잠겼고 곧 이어 나타난 영국은..

잿빛이었다..ㅎ

그 다음날도 어김없이 날씨가 흐렸다.

햇빛을 못 보고 자란건지 창백하리만치 하얀 남학생들이 주말 아침 댓바람부터 축구장에 바글바글 한 걸 봤을 때, 난 진정 영국임을 실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게 갰다.

그리고 다시 잿빛으로..


3월 초 영국 날씨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장갑과 털모자를 쓴 사람들도 꽤 있었다.

물론 어른들이 주로 그렇고 혈기왕성한 청년들은 후디 하나로도 잘만 다닌다.

허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어학원에서 최고령자, 고로 무조건 롱패딩이다.

4월까지 롱패딩은 내 교복이었다.

영국은 수선화가 피면 봄이 왔다는 신호라던데 수선화는 여기저기 만개했지만 날씨는 도저히 봄 같지가 않더라.

KakaoTalk_20230326_225847105_27.jpg 3월 말 요크 성벽을 따라 핀 수선화

다행히 생각보다 기숙사 방이 아늑해서 좋았다.

라디에이터가 유일한 난방장치인데 나름 제 역할을 하는지 전기장판 없이도 잘 잘 수 있었다.(단 이불은 두꺼워야 함)

그런데 이 라디에이터라는게 빨래를 잠시만 걸어놔도 바짝 마르게 하는거라 대단히 건조할 수 있으므로 가습기를 꼭 사용하시라 당부하고 싶다.


4월까지도 꽤 춥던 날씨가 5월이 되니 거짓말처럼 굉장히 따뜻해졌다.

영국의 여름은 가히 천국이라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여름과는 시기가 좀 다른데 예를 들어 한국 같았으면 가장 더울 8월 중순에 경량패딩을 입곤 했다.

내 기억으로 가장 더웠던 때는 6월 중순이였다.

6,7월이 정말 여름 같았고 8월보다도 오히려 9월에 이상기후 때문인지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날이 많았다.)


아무리 덥다 해도 습하지 않으니 그닥 불쾌하진 않았으며 해는 9시가 다 되어야 지니 3시면 벌써 어둑어둑해지는 가을겨울이랑 비교했을 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기숙사엔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었지만 더워서 못 자거나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학원에도 에어컨이 없어 잠시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로 이동해서 수업을 들었지만 사실 에어컨을 틀 정도로 더운 날은 내 기준 길어야 2주에 불과하다.

이 때는 축제의 계절이기도 해서 게이프라이드를 비롯한 축제가 런던은 물론 영국 곳곳에서 열리니 분위기도 정말 활기차진다.

KakaoTalk_20230528_113855636_11.jpg


모기도 없다.

있긴 하나 별로 없고 신기하게도 모기가 손으로 잡힐 정도로 굉장히 나약(?)하다.

그러고보니 매미 소리도 들은 적이 없으니 없으니 유럽에는 서식하지 않는걸까?


영국의 날씨를 묘사할 때 흐린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나 나는 '변화무쌍하고 변덕스럽다'고 더 자주 말하곤 했다.

왜냐하면 하루에도 정말 다양한 날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먹구름이 가득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지기도 했고 그러다가 또 갑자기 비가 내리던 그런 날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나는 일기예보를 더 이상 보지 않게 됐다.

그리고 모자는 필수다. 겉옷도.

모자 달린 방수 재질의 레인코트가 영국에서 유독 왜 그렇게 많이 보이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사실 좋은 점도 있었다.

놀러 가는 날, 비 내리는 하늘을 보며

'에잇, 오늘 공 쳤네.'

할 것이 아니라 이러다가도 금새 맑아질거란 희망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내가 나가면 날씨가 좋아질거란 대책없는 낙관주의가 생겼달까?

물론 그 반대 경우도 많고..

대충 이렇다고 보면 된다

기온도 마찬가지다.

좀 전까지만 해도 꽁꽁 무장하고 있던 사람들이 해가 나면 어디서 다들 나왔는지 시원하게 벗어 재끼고는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러니 안에 나시 입고 패딩 입는 젊은이들 역시 여기선 더 이상 신개념 패션이 아니다.


비는 자주 내리지만 우산을 쓰기엔 정말 애매하다.

일단 내리다 안 내리다를 계속 반복하는데다가 몸이 젖을 정도로 세차게 내리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가장 흔한 경우는 미스트 뿌리듯 조금씩 비가 흩뿌리는 모습이다.

그러니 우산보다도 모자 있는 겉옷이 참 유용하다.

바람도 참 많이 분다.

한번은 영국인 교직원과 함께 야외에서 음식을 옮기는데 비는 내리지 뚜껑은 날라가고 난리가 나자

"The weatehr is horrible."

라고 하는데 아무리 영국인이래도 그런 날씨가 익숙해지진 않나보다?

요약: 생각보다 덜 덥고 덜 춥지만 계절 상관없이 언제 비바람이 불어 오들오들 떨지 모르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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