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학 동기가 연락이 왔다.
“언니, 이번주 목요일에 뭐해?”
사실 동기중 친한 친구에게 목요일 모임에 대한 소식을 미리 들은터라 시간을 미리 빼놨었다. 사실 대학시절에는 꽤 붙어다니며 술도마시고 고민도 공유하며 즐겁게 잘 지냈던거 같은데, 각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보니 어느새 지금까지 자주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단 1명 뿐이었다. 사실 이 친구와는 같은 재수한 경험이 있고 같은 나이이다보니 다른 친구들보단 더 가깝게 붙어다녔기에 그 관계가 조금 더 깊고 길게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다 같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는 결혼식과 같은 행사 뿐이었고,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어갔다. 줄어든 만남만큼 대화도 줄어갔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꺼리들도 사라져만 갔다.
오랜만에 만남. 사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끼리는 종종 퇴근 후 벙개모임을 즐기며 친숙하게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떨어진 시간만큼 어색해진 관계가 온 몸의 감각을 불편하게 깨우고 있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나름 함께 웃어가며 녹아드려 했지만 편치 않는 분위기에서 오는 무게감들이 자꾸 나의 기분도 입꼬리도 내려가게만 만들었다.
웃고 떠들다 어느새 어둑해진 시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지만, 나는 마치 회사일로 만난 조금은 불편한 미팅을 끝낸것처럼 조금은 지쳐있었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듯 멀어지는게 인간관계지만 마치 ‘나만’ 하지 못한 듯한 패배감과 씁쓸함이 나의 기분을 가득 채웠다. 어쩌면 이런 관계가 되어버린건 순전 ‘내’탓이겠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 길고도 암울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감정. 그렇게 흘러가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참 애달팠다.
우리는 '언제 한번 보자’라는 말을 쉽게 한다. 이 말을 뱉은 사람들 치곤 정확한 날짜를 맞춰 약속을잡는 일은 흔하지 않다. 즉 친근함을 표현하고 싶지만 구지 시간을 내어 시간을 맞춰가며 만남의 약속을 잡기는 조금 귀찮은 그런. 어쩌면 손쉽게 건네는 ‘안녕하세요’와 같은 간단한 인사말이 되어버렸다.
무엇이든 '시간나면' 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내어'해야할 이유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자주든다. 인간관계라는 것에도 해당되는 말. 전보다는 조금 자주, 연락이라도 취해봐야겠다. ‘시간을 일부러 써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