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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Jan 13. 2019

#62. 작지만 확실한 행복

사실 나는 원래부터 아웃도어 활동을 즐겨한 사람은 아니다. 가끔 유명한 전시회나 가보고 싶은 곳들을 둘러보거나 친구를 만나 커피숍에서 수다 삼매경. 서점을 둘러 책을 둘러보거나 간혹 친구와 스케줄을 맞춰 교외에 나가는 게 전부였다. 아마 지금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대학생 때로 돌아갔다면 국토대장정은 물론이고 온 세계를 두 발로 누비며 신나게 돌아다녔을 것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새로운 직장 때문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아빠 덕분에 자연스럽게 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한창 다이어트를 한다며 친구와 주말이 되면 집 근처 산들을 오르며 운동을 했다. 다행히도 가쁘게 차오르는 숨을 내뱉으며 힘들게 올라가도 정상에서 보는 장면들은 내게 큰 힐링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고, 짙게 펼쳐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색 컬러는 눈과 마음, 생각까지 기쁘게 했다. 그렇게 아웃도어 활동의 재미를 붙어갈 때 즈음 한창 이직을 하고 싶어 하던 나의 눈에 아웃도어 기업의 채용공고가 들어왔다. 그 기업의 채용 지원서 양식에 맞게 작성한 후 지원 완료. 며칠 후 기업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고, 다행히도 나를 좋게 봐서인지 최종 합격통보를 해주었다. 


업이 아웃도어여서 그런지 출장에 각 지방의 산, 클라이밍, 캠핑이 주를 이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는 아웃도어 라이프에 서서히 물들어갔고, 몸과 생각의 독기는 빠진 채 조금 더 크고 싱싱한 생각들을 담을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용품팀 팀장님이 말을 건넸다.


"너 주말에 뭐하냐?

 우리 제품들 테스트 좀 해볼 겸 캠핑 가려고 하는데 갈래?"


딱히 스케줄 없는 주말이라 당연히 바로 오케이를 던지고 내가 가지고 있는 필수 장비 몇 개만 챙긴 채 주문진으로 캠핑을 떠났다. 크게 낯가림이 없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아니 어쩌면 공주처럼 자라지 않은 덕분인지 무거운 짐이라도 함께 지어져야만 마음이 편한 나의 털털한 모습이 괜찮게 보이셨는지 그 후 백패킹, 비박, 캠핑 등 다양한 활동에 나도 하나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거의 1년간은 굴업도, 사승봉도, 신시모도 등 섬 백패킹부터 해서 지리산, 설악산 설산 산행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커다란 배낭 하나에 간소한 짐과 음식, 음식을 해먹을 용품과 잠을 이룰 수 있는 장비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커다란 배낭 하나만 있으면 우리가 못 갈 곳은 없었다. 


각각 너무 다른 환경들과 성격들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삶을 바라보는 공통적인 방식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았고, 솔선수범하며 각자 몫을 톡톡히 해냈다. 자연의 품 안에서 우리는 세상 가장 따뜻한 추억들을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 넣을 수 있었고, 행복 짙은 미소를 짓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나는 그 속에서 많이 성장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 새로운 문하나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은 밋밋하고 평범했던 내 삶의 둘레를 자연이라는 커다란 범주가 나를 감싸 안았고, 그만큼 생각과 마음의 크기도 커지며 인생을 살아가는 행복한 방법을 약간은 배운 듯했다. 



우연한 기회로 들어온 이 세계가 참 따뜻했고, 

앞으로도 나는 자연 앞에 설 것이다. 


나를 품은 자연에게

내가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진심을 다해 즐기는 것,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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