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원래부터 아웃도어 활동을 즐겨한 사람은 아니다. 가끔 유명한 전시회나 가보고 싶은 곳들을 둘러보거나 친구를 만나 커피숍에서 수다 삼매경. 서점을 둘러 책을 둘러보거나 간혹 친구와 스케줄을 맞춰 교외에 나가는 게 전부였다. 아마 지금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대학생 때로 돌아갔다면 국토대장정은 물론이고 온 세계를 두 발로 누비며 신나게 돌아다녔을 것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새로운 직장 때문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아빠 덕분에 자연스럽게 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한창 다이어트를 한다며 친구와 주말이 되면 집 근처 산들을 오르며 운동을 했다. 다행히도 가쁘게 차오르는 숨을 내뱉으며 힘들게 올라가도 정상에서 보는 장면들은 내게 큰 힐링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고, 짙게 펼쳐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색 컬러는 눈과 마음, 생각까지 기쁘게 했다. 그렇게 아웃도어 활동의 재미를 붙어갈 때 즈음 한창 이직을 하고 싶어 하던 나의 눈에 아웃도어 기업의 채용공고가 들어왔다. 그 기업의 채용 지원서 양식에 맞게 작성한 후 지원 완료. 며칠 후 기업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고, 다행히도 나를 좋게 봐서인지 최종 합격통보를 해주었다.
업이 아웃도어여서 그런지 출장에 각 지방의 산, 클라이밍, 캠핑이 주를 이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는 아웃도어 라이프에 서서히 물들어갔고, 몸과 생각의 독기는 빠진 채 조금 더 크고 싱싱한 생각들을 담을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용품팀 팀장님이 말을 건넸다.
"너 주말에 뭐하냐?
우리 제품들 테스트 좀 해볼 겸 캠핑 가려고 하는데 갈래?"
딱히 스케줄 없는 주말이라 당연히 바로 오케이를 던지고 내가 가지고 있는 필수 장비 몇 개만 챙긴 채 주문진으로 캠핑을 떠났다. 크게 낯가림이 없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아니 어쩌면 공주처럼 자라지 않은 덕분인지 무거운 짐이라도 함께 지어져야만 마음이 편한 나의 털털한 모습이 괜찮게 보이셨는지 그 후 백패킹, 비박, 캠핑 등 다양한 활동에 나도 하나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거의 1년간은 굴업도, 사승봉도, 신시모도 등 섬 백패킹부터 해서 지리산, 설악산 설산 산행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커다란 배낭 하나에 간소한 짐과 음식, 음식을 해먹을 용품과 잠을 이룰 수 있는 장비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커다란 배낭 하나만 있으면 우리가 못 갈 곳은 없었다.
각각 너무 다른 환경들과 성격들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삶을 바라보는 공통적인 방식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았고, 솔선수범하며 각자 몫을 톡톡히 해냈다. 자연의 품 안에서 우리는 세상 가장 따뜻한 추억들을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 넣을 수 있었고, 행복 짙은 미소를 짓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나는 그 속에서 많이 성장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 새로운 문하나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은 밋밋하고 평범했던 내 삶의 둘레를 자연이라는 커다란 범주가 나를 감싸 안았고, 그만큼 생각과 마음의 크기도 커지며 인생을 살아가는 행복한 방법을 약간은 배운 듯했다.
우연한 기회로 들어온 이 세계가 참 따뜻했고,
앞으로도 나는 자연 앞에 설 것이다.
나를 품은 자연에게
내가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진심을 다해 즐기는 것,
그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