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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Jan 13. 2019

#61.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사실 난 지나간 것에 대해 미련을 잘 두지 않으려는 편이다. 

그런 거에 마음 쏟기엔 내 인생이 아깝고도 짧으니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어차피 바뀌지 않으니까. 


하지만 가끔씩은 나도 모르게 옛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중 하나가 외국 생활이었다. 항상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외국에 가서 살고 싶어, 딱 1년 만이라도"


그렇게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은 정말 입에서만 맴돈 채 끝나고 말았다. 


나는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하지 못한 것이 더 많았던 용기가 부족했던 대학생이었다. 그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랬던 일을 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니, 단순히 못 가본 세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불안감과 재정적인 걱정이었던 것 같다. 


가장 친한 친구를 비롯해서 많은 대학 동기, 선후배가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웬만하면 집의 도움을 통해 해외에 발을 디뎠다. 별개로 교환학생을 통해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겠지만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한 영어 능통자들이 그 자리를 다 꿰차고 말았다. 나도 꼴에 토플을 공부하며 잠시 꿈을 꿔봤지만 비싼 학원비만 날리고 말았다. 


고등학교 시절, 집안의 큰 사건이 있은 후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한번 기운 가세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학자금 대출은 필수였고, 생활비라는 명목으로 장학재단에 추가 대출을 받아가며 무사히 대학교 4년을 다닐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을 때면 그 식당에서 가장 싼 메뉴를 주문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가장 싼 음식보다 1,000원 더 비싸면 그 메뉴를 선택하지 않았다. '배만 채우면 되지'라는 생각이 제일 컸던 시절이었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조달했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도 없는 해외생활 초기 자금인 비행기표값이며 집세, 어학원 비용 등 모든 것들이 너무 크게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강 건너 따스한 불빛 가득한 마을을 보는 것처럼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라 치부했다. 그래서 해외에 대한 동경은 불타올랐지만, 틈틈이 '돈'이라는 소화기가 그 불을 잠재웠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마치고 나는 바로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아직도 빚에 허덕이는 집안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월급은 작았지만 그래도 매 달 고정적인 수입이 존재한다는 것이 큰 위로였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흘러갔고 그러다 보니 해외생활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두려움이 나를 채웠다.


'일단 가서 뭐할 건데?'

'가면 니 경력에 도움이 돼?'

'갔다 오면 널 받아주는 데가 있을까?'


재정적인 어려움보다 보이지 않은 장벽들이 날 더 크게 가로막았다. 월급이라는 마약으로 인해 시야는 흐려져갔고, 생각은 더뎌졌다. 그렇게 지금까지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하루하루 보내면서 나는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회사.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근무 환경, 사람들, 그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취미생활. 나는 하루하루를 너무 재미있게 행복하게 보내면서 친구들이 '너 많이 달라졌어'라고 말할 정도로 더 액티브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면서 해외생활이라는 지난 꿈에 대한 미련은 점차 옅여져갔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을 통해 친하지 않았던 어떤 지인의 해외생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걸 보면서 느낀 생각이 부러움과 질투가 아닌 그냥 받아들임이었다. 



그렇게 트인 생각이 다른 생각까지 꼬리를 물고 옛 기억까지 소환했다. 몇 년 전 같으면 나는 분명 지인의 모습을 보며 내 처지를 한탄하고 깊고 끝없는 한 숨만 푹푹 내쉬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어두운 생각이 아닌 지인의 모습을 또 다른 하나의 인생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 지금, 잘 살고 있구나'


나는 어쩌면 해외생활이라는 것이 현실에 대한 돌파구로만 생각한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말이다. 분명 그 젊은 시절, 모든 걸 내려놓을 용기를 무장한 채 해외에 나갔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산이며 바다며 백패킹을 하고, 간간히 나가는 해외여행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더 짙게 그들의 문화와 삶에 흡수되려 노력하고, 이렇게 한 글자 두 글자 써 내려가는 타자 위에 행복을 더하고. 다른 것에 미련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어린 시절 너무 내 행복을 방치한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온전히, 그리고 오롯이 행복에 집중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의 방법은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다.

여러 개를 선택해도 된다.


당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크기를

제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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