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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Dec 08. 2020

#67. 제가 알아서 할게요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착한 사람',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내재되어있는 느낌이다. 어른은 공경의 대상이자 존경의 대상으로 섬겨야 하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적인 마인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유현준 교슈님의 책에서도 벼농사 중심의 공동체 생활을 중심으로 살아온 이상 개인적인 것보다는 내가 속한 집단이 우선시되었으며, 그로 인해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집단 문화가 더 발달했다는 것. (이 책에서는 세계의 문화 권역을 크게 벼농사 지역과 밀 농사 지역으로 나누는데, 이는 노동 방식 면에서 벼농사는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하는 방식이고, 밀 농사는 개인적로 하는 방식으로 궁극적으로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그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건 살면서 겪었던, 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누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런 습성은 학교 생활뿐 아니라 회사 생활에서도 적용되는데, 유교사상이 지배되었던 문화가 내려져오다 보니 윗사람이 말하면 우리는 무조건 따르고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아무리 요새 어린 친구들이 자기 의견이 강하다 라고 하지만 그걸 판단하는 잣대가 기성세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젊은 친구들도 어느새 '내가 잘못된 건가?'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소위 꼰대도 아니고 요즘 젊은 세대도 아닌 중간에 껴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기성세대와 같은 생각을 이야기하면 너무 '꼰대'같고, 젊은 세대들처럼 나의 입장을 속시원히 이야기하고 행동하기에는 눈치가 보인다는 것. 'Latte is horse'라는 유행을 만들어내며 일명 '라떼'세대들이 나이와 직급으로 행동과 의견을 강요하는 것에 경각심을 주고 눈치 보게끔 만드는 이 문화는 두 손 들고 찬성이긴 하다. 그래도 윗사람의 성향에 따라 밑에 직원들의 행동의 범위가 정해지곤 하는데, 우리 회사 영업팀만 봐도 여자 직원이 없는 군대와 같은 문화를 이루고 있다 보니 아직도 너무나 상명하복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다행히 내가 속해있는 팀은 '언제 회식하는 게 좋을까?'라며 민주주의적으로 의사를 묻고 진행하지만(사실 회식은 안 하는 게 제일 좋긴 하다) 어떤 팀은 회식은 아니어도 상사가 퇴근이 가까올 시간에 '밥이나 먹고 가자'라고 이야기하면 선약이 있더라도 그 선약을 취소하고 팀장을 따라가고 만다.

그것뿐만 아니다. 왜 그리도 남일에 관심이 많을까. 나이가 찬 결혼 안 한 사람들에겐 결혼 언제 하냐는 둥, 결혼한 사람들에겐 아이는 언제 낳냐, 아이가 있으면 둘째는 언제 낳냐는 시답지 않은 질문들이 재미도, 영양가도 없는 쓸모없는 감정소비만 부추긴다는 사실을 그들은 아는지. 


다행히 평생직장이라는 문화는 옅어져 가고,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바탕으로 이직도 자주 하고 회사생활이 안 맞으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자신의 의견과 감정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하는 소위 요즘 세대들의 문화가 점차 퍼져나가고 있고, 자연스레 개인의 삶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며 개인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이기적인 사람이다 라는 공식 또한 깨지고 있다.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지만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 나는 그 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제 밥그릇 제가 알아서 챙기면 된다. 열정이 빠진 호기로운 패기만 있다면 문제겠지만, 삶에 대한 영민한 통찰과 진지한 자세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줄 거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뭐해먹고살아야 할까.

그리고 이 질문은 언제쯤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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