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uDu Aug 29. 2020

#66.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아, 주말에 너무 먹었어. 완전 탄수화물 폭탄이었지"

"그러게, 나도. 망할"

"오늘부터 다이어트다!"

"나도! 오늘부터 저녁 안 먹어야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라는 문장이 가장 명료하지 않을까 싶다. 매번 옷을 입을 때마다 원하는 태가 나지 않아서 '진짜 살 빼야지'라는 마음을 먹다가도 식사 때가 되면 때 마처 울리는 배꼽 소리에 나도 모르게 '오늘 점심은 뭐 먹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온통 지배해버리니 말이다. 


간혹 독한 마음을 먹고 운동을 좀 하면, 살짝 살이 좀 빠지긴 한다. 그러면 주변에서 "어머? 너 살 빠진 거 같아. 뭐했어?"라는 말이 들려오곤 하는데, 그래 봤자 불과 3kg을 넘지 못한 체중 줄이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괜히 나에게 보상을 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또 먹고싶은 음식을 찾고 만다. 그것도 맛이 좋다는 고칼로리 음식들. 그렇게 다시 음식이 나를 채우고, 운동이 조금 게을러지게 되면서 또다시 원점.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우리는 반복되는 것들에 대해 금새 지치기 마련인데, 이 실패를 거듭하는 도돌이표 같은 다이어트 패턴은 30년 넘게 끊지 못하고있다. 날씬하고 예쁜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 같은 인스타그램 세상 속을 들여다볼때면, 나와는 다른 세상이야 라는 선 긋기로 나를 조금 방어해보지만 위축된 내 모습에 짙은 한 숨과 함께 핸드폰을 끄고 만다. 


그래도 요새 바뀐 게 있다면, '날씬해져야지'라는 목표보다는 '건강해져야지'로 옮겨 갔다는 것. 몸무게를 줄이는 것을 포기할 순 없지만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물론, 늘어가는 나이로 인해 나도 모르게 자꾸 건강보조식품을 찾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긴 하지만 무작정 굶거나 지방분해 주사를 찾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치중해 나도 모르게 나를 너무 보잘 것 없게 대한 건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쩌면 나는 그렇게 날씬해질 수 없다고 포기와 함께 현실을 직시한 걸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이었건, 건강을 잃는 다이어트 방법은 이제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나이 든 사람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닌 '건강'이니까. 


건강이나 지키자. 살 뺀다고 전지현 되는 거 아니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65. 후배가 퇴사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