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저… 퇴사하려구요”
조용히 내 자리 쪽으로 온 후배에게서 날라 온 묵직한 한 방. 잠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멍해졌다. 침착하게 마음을 다듬고 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물으면서도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짐작은 갔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들었을 때는 사뭇 또 다르게 느껴졌다.
사실 회사에서는 나의 커리어를 키워줄 수 있는 학교가 아님을, 철저하게 경쟁하고 평가받고 스스로 알아서 개척해야 됨을 느낀다. 하지만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아직 큰 열정을 쏟아붓기에는 지금 우리 회사에서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딜 가나 똑같다 라는 말은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어느덧 그녀의 퇴사일.
팀원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겠다며 스타벅스 텀블러와 함께 편지 한 통. 왠지 모르게 그 편지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어쩌면 가벼운 마음으로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 편지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사실 나의 바로 밑으로 들어와 회사 관련된 업무를 인수하는 데에 많은 부분을 내가 차지를 했지만, 정작 그 이후엔 그를 나의 후배로 아끼고 그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 부끄러움 때문일까. 쉽사리 편지에 손이 가지 않았다. 어쩔 때는 없었던 것이라 치부하며 모른 척했다.
그녀와 함께 한 5년.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어쩌면 철저히 ‘너는 너’, ‘나는 나’의 입장으로 일관하며 그녀의 앞길에 조금이나마 탄탄히 해줄 거름 한 스푼 제대로 뿌려준 적이 없다. 어쩔 땐 내 앞가림도 못하는 것 같고, 어쩔 땐 나보다 뛰어난 그녀의 모습에 내 자신이 초라하기도 했으니까.
이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게 조금은 서글퍼지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게 묵묵하게 우리 팀 잘 돌아갈 수 있게 애써준 그녀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 고맙다. 그리고 그녀 덕분에 내 인생에 또 다른 자극제가 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항상 고민하고 고민해야 하는 문장이 선명히 내 눈앞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