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 무덥다고 표현해도 모자를 정도.
길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마냥 주우우욱 녹아져내린다.
내가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 바로 이것.
그래도 기운이라도 있어서 사방팔방 뛰댕기며
시간을 아주 알뜰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을 받곤 했었는데,
이건 뭐, 그냥 앉아서 숨쉬는 것 만으로도 참으로 벅차다.
습습 하하.
아무리 숨을 고르고 내뱉어봐도
몸 안에 있는 열기는 빠져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도 얼굴에 천자를 그리게 할만큼 달갑지 않다.
동남아 날씨라고들 하는데,
동남아는 물가라도 싸지. 맥주가 얼마야....
하아....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나에게
여름은
기운까지 가져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