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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Aug 24. 2017

#44. 그녀는 진지했지만 나는 가벼웠다.




'언니, 나 그만둔다고 말씀드렸어'


그녀의 한 문장이 나의 머리를 띵 하게 후려쳤다. 간간히 만나며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확실성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줄곧 했던 동생이 퇴사를 하다니.


 사실 짧고도 긴 회사생활에 그녀와 나는 서로 위로를 하며 동지처럼 보낸 사이다. 그녀가 항상 '언니 나 그만둘까?'라며 고민한 지가 벌써 몇 년이 되었기에 그 내성으로 인해 당연히 '또 힘든 일이 있었나 보구나'라며 하나의 에피소드로 치부했는데, 그녀 입장에서는 곪아버린 상처가 이제 회복의 단계를 넘어서 절단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던 것 같다. 그녀는 말은 안 했지만 정신과를 찾아간 적도 있다고 했다. 첫 직장이라 사회생활이 익숙지 않아서, 아직 더한 곳을 못 가봐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나만의 기준으로 그녀의 고충을 가볍게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약한 마음에 더 상처를 쉽게 받는 듯하다는 판단에 그녀가 더 단단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힘든 일도 흘려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매인 목만 만져댔다.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언니가... 미안하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한마디뿐이었다. 그렇게 퇴사일이 잡히고 나서 그녀의 얼굴은 예전과 다르게 편해 보였다. 그렇게 예쁜 시절을 눈물과 고통으로 보냈던 그녀에게 나는 '조금만 더 참아봐'라는 잔인한 말만 해댔으니. 조금 더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줄걸.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줄걸. 하지 못했던 일들만 자꾸 떠올라 나는 한동안 마음이 많이 어지러웠다. 


'세상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

'다들 그렇게 살아'

'조금만 더 버텨봐'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무거운 고민들을 가볍게 흘려보낸다. 

절벽 끝에 서있는 사람에겐 그런 말들이 아마 낭떠러지로 떠미는 기폭제가 됐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인생의 진리를 깨달는다. 

사람의 경험만큼, 생각만큼 

느끼는 판단 기준도 각기 다르다.


그렇게에,

함부로 남의 고통의 무게를

재단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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