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

by 김영지



글 김영지 / 그림 지도윤

이야기의 시작은 추의 그림


중학생 때부터 나는 내 노년의 꿈이 '하와이에서 동화책 쓰는 할머니'라고 말했다. 하와이에 가본 적도 없고 내가 만든 동화도 하나 없었지만 진심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와이가 아닐 수도 있지. 아이스크림도 팔지 않을 수도 있다(아이를 키우며 손목이 너무 약해져 자신 없다). 하지만 따뜻한 곳에서 관절을 아끼며 좋은 이야기를 쓰겠다는 꿈은 여전하다. 꼭 누군가 좋아해주지 않아도 내가 만족할 이야기면 충분하다.


꿈은 원대해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에서 이야기 창작을 전공했어도 하고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제대로 완성해 내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그렇게 십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다른 이들의 좋은 창작물을 보며 부러워했고 칼을 갈았다. "세상에 이런 이야기가 자기거라니 이 사람은 너무 좋겠다.." 이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언젠가 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랐다.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주제나 사건에서 시작할 수도, 인물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이번 이야기는 '인물'에서 시작한 이야기다.


추와 나는 교회 고등부에서 만난 친구다. 취향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비슷해 금세 친해졌는데 최근 불안정한 우리 미래를 걱정하며 주식과 부동산을 공부하다가 결국 우리 전공을 살려 끝내주는 책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바람' 이야기였다. 작년 여름 구상하며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만들고 싶었지만 이 이야기는 엎어졌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우리 책을 만들고픈 마음은 여전해서 계속해서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야기 하나를 완성했다.

시작은 추의 그림이었다. (추는 도윤이의 애칭이다)


인스타그램 @docoonchee

https://instagram.com/dochoonchee?igshid=1mvhyzgacru3g


추가 애플 와치에 넣을 배경화면으로 그린 거였다. 인스타그램에는 이 그림보다 더 많은 그림이 한 게시물에 올라와 있다. 그림을 보면서 이 캐릭터로 뭔가 만들겠다는 마음이 분명히 들었다. 그리고 하룻밤만에 줄거리를 뚝딱 썼다. 이 모든 건 분홍 개와 노란 개 덕분이다. 두 개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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