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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Feb 02. 2017

나의 발견

영화 <모아나>





모아나는 추장의 딸이다. 날씨는 따뜻하고 먹을 것은 풍족하여 모두가 행복한 곳, 모든 것이 완벽한 모투누이 섬에서 그녀는 이제 아버지를 이어 추장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어린 시절, 선택받은 이들만이 볼 수 있는 바다의 마법 같은 실제 모습을 봤다. 그리고 지금도 섬의 리더가 되는 것보다는 먼 바다로 항해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완벽하던 모투누이도 저주의 영향으로 죽어간다. 생기를 잃어가는 섬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 옛날 신화로 들어왔던 이야기, 대지의 신인 테 피티의 심장을 훔친 반신반인의 마오이를 찾아 그 심장을 되돌려놓는 방법뿐이다.





바다의 선택을 받은 모아나. 시각 충격. 놀라운 기술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





디즈니의 <모아나>는 여성 캐릭터의 모험과 그가 스스로 이룬 성취를 그린다는 점에 있어 직전의 작품인 <라푼젤>,  <겨울 왕국>과 <주토피아>와 비슷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그림도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모아나의 '모험담'만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모험이 가장 주된 이야기이며 어린 소녀가 역경을 이겨내고 주어진 미션을 성공함으로써 소중한 것들을 지켜낸 것은 놀라운 성취이고 여전히 이어지는 신화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모아나가 얻은 가장 큰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모아나가 살고 있는 모투누이 섬은 지상 낙원에 가깝다. 언제나 따뜻한 날씨에 풍요로운 과실들, 온화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 곳은 늘 평화롭다. 모아나의 아버지인 추장은 항해를 떠나고 싶어 하는 모아나에게 이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저 바깥의 세상은 또 얼마나 위험한 지 노래하며 그녀에게 순리대로 추장이 되라고 한다. 바로 이 곳은 사회적으로 공인된 안정적인 땅, 이성의 땅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섬에서 상상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모아나의 할머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동네마다 한 명씩 있는 좀 정신 나간 할머니가 자신의 '직업'이라 말하며 모두가 죽어가는 섬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를 하고 정해진 의식을 치를 때 홀로 바다를 바라보며 춤을 춘다. 할머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새기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렇기에 모아나를 항해의 길로 이끌 수 있었다. 할머니의 안내로 모아나는 지금은 섬에서만 살고 있는 자신들이 이전에는 먼 바다를 항해하는 항해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친 북소리는 본래의 모습을 깨닫게 하고, 그녀를 먼 바다로 부른다.




할머니와 모아나





여러 난관을 넘어 테 피티의 가까이에 다다르자 용암 괴물인 테 카타가 그 앞을 막고 있다. 테 카타의 공격에 모아나의 돛은 찢어지고, 마오이의 갈고리는 갈라졌다. 미안하다고 다시 한번 함께 테 카타에 맞서자는 모아나에게 마오이는 자신은 갈고리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마오이가 떠난 뒤 상심한 모아나에게 돌아가신 할머니가 찾아온다. 그리고 모아나에게 묻는다.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니?"




할머니의 질문에 모아나는 천천히 자신에 대해 곱씹어본다. 섬을 사랑하고 동시에 바다를 사랑하는 소녀, 추장의 딸이자 항해자의 자손, 그들이 그녀를 이 곳으로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점차 깨닫는다. 처음에는 그녀가 사랑한 바다와 항해자인 조상들이 그녀를 여기로 불렀지만, 이제 그녀를 부르는 소리는 그녀의 안에 있다. 군중과 떨어져 바다와 사람들을 사랑하던 소녀는 이제 더 멀리 항해하며 그들을 이끌 수 있다. 그녀의 진짜 정체성은 추장의 딸도 아닌, 항해자의 자손도 아닌, 더 멀리 항해하는 모아나다.




그렇게 자신을 알아차린 모아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제 그녀는 강한 힘을 가진 마오이 없이도 험한 싸움에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깊은 바다 아래로 헤엄쳐 그녀가 포기하려 했던 테 피티의 심장을 되찾아 다시 한번 배에 오른다. 항해 중 상처 입은 그녀의 마음처럼 찢어진 돛을 다시 잇고 그동안 닦아온 항해술로 용암 괴물 테 카타의 공격을 피해 이번엔 테 피티의 심장을 직접 돌려놓기로 한다. 그리고 도전하는 모아나 앞에 마오이도 다시 갈고리를 들고 나타난다. 그는 이제 갈고리가 망가지는 것도 두렵지 않은 용감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모아나와 마오이와 갈고리





본래의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용암 괴물인 테 카타는 본래 괴물인 존재가 아닌, 심장을 잃은 테 피티의 모습이었다. '심장'을 잃고 괴물이 된 그의 본래의 모습을 알아챈 이를 만나 심장을 되찾자 다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이 '심장'에 대한 이야기는 모아나의 이야기뿐 아니라 본 영화의 시작 전 상영되는 단편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시작된다. 뇌(이성)와 심장(감성)의 대립 속에서 안전과 안정을 추구하던 이성이 감성을 따르기 시작하니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주어진 삶을 포기하고 꿈을 좇는 이야기가 아닌, 삶 속에서 조금 다른 선택으로 더욱 행복해지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주변 모두가 반복적인 삶 속에서 함께 축제를 누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징은 모투누이(안정)와 바다(도전과 열정)로 나뉘어 모아나의 이야기 속에서도 이어진다.




<모아나>의 이야기는 폴리네시아의 원주민 설화에서 시작됐다. 미신적이고 신화가 주는 성긴 이야기가 처음에는 낯설고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극 중 바다의 미미한(?) 역할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쉽게 느끼지 못하는 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바다는 모아나를 선택하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에게 꿈을 꾸게 했지만, 멈춰 서서 울며불며 알려달라고 도와달라고 부르짖을 때에 '짠!'하고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그저 모아나가 자리를 벗어날 때에 자신의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돌려놓는다. 그리고 그녀가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낼 때 그의 목적이 있는 곳으로 이끌고 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성과 사회적 한계를 넘어 믿음과 도전으로 나아갈 때 '나'를 찾게 되고, 그것은 나아가 모두의 발견이 된다. 그렇게 돌아온 모아나는 죽어가던 섬을 살려낸 영웅이자 본래의 그녀에게 맡겨진 임무대로 새로운 추장이 된다. 섬의 주민들은 이제 조상들처럼 멀리 항해하며 도전적인 삶을 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실과 꿈을 알맞게 엮어낸 모아나가 있다. 모아나는 모투누이를 살려냈고, 사람들이 새로운 꿈을 꾸도록 도왔다. 그녀는 스스로의 꿈을 이루고 모두가 만족하던 일상보다 더 아름다운 일상을 선물했다.










* 사진 출처는 모두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3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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