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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Our Wedding
by 김영지 Jan 09. 2018

마음을 쓰는 것.

돈을 쓰는 방법.



결혼을 준비하던 우리는 가진 것이 적어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아끼며 착실하게 해나가기로 했다. 집도 대출을 받아도 전세금을 다 만들기가 어려워서 신랑 될 남자 친구가 지금 지내고 있는 원룸에서 몇 달 더 지내며 돈을 모으기로 했고, 촬영도 남자 친구의 아버지께서 오래전 사용하시던 필름 카메라를 주셔서 내가 갖고 있던 필름 카메라와 합쳐 우리끼리 촬영했다. 드레스도 저렴한 샵을 찾아 좋은 원장님을 만나 그중 좋은 것을 고르게 되었고 연결해주신 작가님과 드레스샵 안에서 두 시간 정도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샵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한번 받는 비용이 꽤 커서 촬영을 준비하면서 화장도, 머리도 직접 하려 공부를 엄청 했는데, 촬영 전날도 엄마와 거울 앞에 앉아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지도록 묶었다 풀기를 반복했다. 당일 아침에는 화장을 하다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내 눈에도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였으면 좋겠는데 어찌나 맘대로 안 되는지 엄마 앞에서 소리 내서 울었다.



어찌어찌하여서 평소 화장기 없는 내 얼굴보다 조금 더 선이 생긴 채로 촬영을 했다. 작가님 한 분, 드레스샵 원장님, 도와준 친구 한 명, 그리고 나와 남자 친구. 다섯 명이 모여 작은 샵 안에서 흰 벽을 두고 사진을 찍었다. 부담스럽지도 않고 정말로 많이 도와주셔서 촬영을 잘 마쳤다.



촬영을 마치고 엄마랑 어머니께 친구가 핸드폰으로 찍어준 사진들을 먼저 보내드렸다. 사진을 보시고 어머니가 전화를 하셔서 촬영은 재밌게 잘 했는지 야외 촬영을 못 해서 아쉽지는 않은지 물으셨다. 화장이랑 머리는 어떻게 했냐 물으셔서 직접 했다고 하니 너무 아쉬운 목소리로 사진은 평생 남는 건데 전문가에게 받고 예쁘게 찍지 그랬냐고 하셨다. 멋 좀 내지 그랬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 말씀이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 내가 너무 아꼈나. 이건 아끼는 게 아니라 궁상맞은 건가. 엄마도, 어머니도 늘 더 예쁘고 좋은 걸 주고 싶어 하시는데 나만 아끼겠다고 이러는 건가. 나는 여러 가지 마음이 들어 또 눈물이 났다. 엄마 아빠와 거실에 함께 있는데도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밤 엄마와 한 침대에 누웠다. 엄마 벌써 엄마가 보고 싶어, 내가 말하자 엄마는 나를 보낸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딸, 늘 야무지고 예뻤는데 벌써 이렇게 커서 결혼을 하네.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 나는 더 눈물이 났다. 그래도 엄마, 드레스 입으니까 좋더라. 예쁘더라. 엄마는 시골에서 예식 올리느라 드레스는 고르지도 못하고 촌스러운 거 한 벌 입었는데 나는 원 없이 입어봤어. 엄마는 나에게 남들 사는 것을 따라 살지 말라고 했다. 부러워하지 말고 지금처럼 정직하게 예쁘게 가진 것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했다. 예쁘게 살아. 싸우지 말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그러면 돼.



우리 집은 오랫동안 어려웠다. 이제와 조금 살만해지니 아빠가 큰 병에 걸려 나는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픈 건 아빤데, 자꾸만 엄마가 안쓰러운 걸 어쩔 수 없다. 엄마는 살아가는 것은 슬픈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옷 한 벌 사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데, 나는 이런 걸 하고 있다니. 이런 마음이 계속 내 마음 한편에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치장하면 안 될 것 같고 내가 너무 욕심부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무언가에 돈을 쓸 때마다 엄마가 생각났다. 내가 돈을 쓰는 기준은 엄마였다. 할인 품목을 찾아다니는 엄마, 가게에서 구두를 들었다 놨다 반복하다 결국은 오랫동안 신은 신발을 신고 돌아서는 엄마, 흰머리를 감추려 집에서 혼자 염색을 하고 얼룩덜룩해진 엄마의 머리카락, 내가 옷 한 벌 사준다 해도 한 달이 넘도록 망설이는 우리 엄마.



나는 여대를 다녔고 주변에는 늘 잘 꾸미는 친구들이 많았다. 친구들은 때마다 손톱을 손질받고 계절이 바뀌면 머리를 바꿨다. 새로운 옷을 샀고 종종 비싼 식당에 갔다. 방학이면 여행을 갔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돈을 아끼느라 점심은 편의점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커피에는 습관을 들이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일주일에 하루만 잡았다. 엄마 아빠가 힘들게 보내준 용돈은 늘 점심이랑 버스비면 끝이었고 알바를 해도 그 이후를 생각하며 아끼곤 했다. 모은 돈은 집에 보태기도 하고 어린 동생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다. 갖고 싶은 것도 늘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보고 듣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 늘 마음이 조급했었는데, 그때는 돈이 모이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내 카메라를 갖는 것이었다.



남자 친구가 자기 친구들 중에는 주기적으로 네일숍에 가서 손톱을 다듬고 꾸미는 친구도 있고, 어떤 친구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에 부지런하다고 말할 때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지, 하고 그에게 무심하게 답했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원할 때면 꽃을 사서 집을 꾸미고 예쁜 반지나 팔찌가 있으면 덥석 사고, 나와 내 공간을 구석구석 예쁘게 단장하고 싶은 마음이 오래전부터 마음 구석진 곳에 숨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온 그 날은 마음에 멍이 든 것처럼 가끔 마음이 꾹 눌리는 마음이 들면 눈물이 났다.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원룸에서 좀 더 지내자고 한 것도 나였고, 결혼식에 큰돈을 들이지 않겠다고 먼저 말한 것도 나였다. 정말로 모두 다 괜찮았었는데 그 날은 그렇지 않았다. 가끔 그렇게 아주 작은 것에 마음이 무너지는 때가 있다. 남자 친구는 나에게 더 좋은 것들을 해주고 싶어 하는데 내가 거절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는 몰래 반지를 준비해서 끼워줬고 나와의 기록을 남기려 카메라를 사 오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모두에게 인색한 걸지도 몰라. 나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나는 돈을 쓰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내가 쓰는 돈들은 누구를 만족시키고 있는 걸까? 나는 나를 아름답게 하는 것들을 갖고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할 것들에 내 마음을 쓰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고 며칠은 친구가 우표를 붙여 보내온 편지에도 눈물이 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눈물이 났고, 빨래를 널다가도 눈물이 났다. 시원한 바닥에 강아지랑 누워 벽에 햇빛이 비치는 걸 보다가도 눈물이 났다.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다시 한 번 내가 원래 생각했던 나의 결혼에 대해 생각했다. 손수 작은 것들을 준비하고 소소하게 우리 두 사람이 만드는 것들을 생각했다. 내 손으로, 엄마의 솜씨와, 친구들이 귀찮지 않을 정도로 도움을 받아서 우리의 노력으로.



눈물이 흐르면 팔뚝으로 쓱 닦으며 생각했다. 인색해지지 말자. 아름답고 사랑이 가득한 일에 마음을 쓰자. 그래서 이렇게 벌떡 일어나 남자 친구가 준 반지를 끼고 글을 쓴다. 친구들에게 보내주고 싶은 예쁜 엽서들을 샀고 보고 싶었던 전시회를 보고 나중에 내가 글을 쓸 책상 앞에 붙여둘 그림들도 샀다. 그날 밤 남자 친구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의 첫 집은 작지만 좋은 것들로 예쁘게 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웨딩 촬영 날이 조금 다르게 기억됐다. 엄마가 머리를 빗어주던 게 좋았다. 스스로 준비하며 화장품을 좀 더 사고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좋았다. 소박하고 좋은 것을 알아보는 남자를 만난 것이 좋았다. 아버님이 주신 오래된 필름 카메라가 좋았고, 그 카메라로 우리 둘이 찍은 사진들은 더 좋다.


 

아빠는 우리에게 둘이 마음 모아서 예쁘게 준비하니 고맙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남자 친구는 왜 자꾸 우노- 하고 문자를 보냈고, 강아지는 내 옆구리에 계속 착 붙어 있다. 엄마는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싱긋 웃었다.



2017.8.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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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Just Our Wedding
장르는 낭만
여백과 빛, 문장과 노래, 사람과 사진

인스타 @bbangzi
사진 @film_an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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