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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Jan 15. 2018

삶이 이야기가 되는 그 때

영화 <빅 피쉬>


* 영화의 결말이 있습니다.




윌은 아버지 에드워드가 못 미덥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그의 경험들을 뻥튀기하여 늘 재밌는 이야기들을 해줬다. 하지만 그것은 어린 아들의 잠자리에서 해주는 이야기로 적당한 것들이지 결혼할 만큼 자란 아들에게 해줄 이야기들은 아니다. 



윌은 아버지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아버지는 늘 거대한 모험 이야기만 하곤 했다. 아들 윌이 태어나던 날 강에서 아무도 잡지 못했던 큰 물고기를 금반지를 미끼로 잡아봤다고 했고, 시골 마을에서 거인을 만난 이야기와 신발을 벗은 채 안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신비한 마을 이야기, 늑대 인간 이야기와 마녀 이야기. 도무지 성인이 된 아들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만을 했다. 늘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허황된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버지에 질려버린 윌은 그와 3년간 대화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Blg fish를 잡으려는 에드워드





그렇게 3년이 흘러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윌은 아내와 함께 다시 옛 집을 찾아간다. 3년이 지나도 아버지의 이야기는 똑같다.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우리는 윌이 궁금해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외판원으로 일하며 집을 자주 비웠던 아버지 에드워드는 사교적이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늘 주변에 여자가 많았으며 주저 않고 그들을 도왔다. 윌은 아버지가 집을 비운 동안 어머니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가 숨기고 싶은 진실을 감추려 허황된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 허풍 떠는 것이 아닌지 의심러웠다. 그는 아버지의 진짜 사랑을 원했다.



에드워드는 진짜 이야기를 해달라며 자신을 몰아세우는 아들에게 자신은 한 번도 자신이 아닌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노라고 말한다. 그는 어떤 사람인 것일까.



영화는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형형색색으로 눈이 즐거운 볼거리를 걷어내고 에드워드의 삶을 봤다. 그는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그는 자라며 어항의 크기에 따라 몸집이 커질 수 있는 금붕어에 대해 알게 됐다. 마을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힘든 일도 도맡아 하며 '큰 사람'이 되었다. 그 후는 더 큰 세상을 꿈꾸며 도시로 떠났다. 도시로 가던 길에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사람들이 만족하며 발전도 실망도 없이 살아가는 마을을 발견했다. 하지만 꿈꾸는 청년은 그 마을에서 그들과 만족하며 살아갈 수 없었다.




첫 눈에 반했다.




그곳을 떠나 도착한 도시에서 에드워드는 한 여자를 첫눈에 사랑하게 된다. 그 여자에 대한 정보만을 기다리며 서커스단의 온갖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도맡아 했다. 그 여자의 이름은 산드라다. 황수선화를 좋아하며 대학에 다니고 있다. 결국 산드라를 찾지만 그에게는 약혼자가 있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과 달리 벽에 부딪혀도 멈추지 않는 에드워드는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산드라를 향한 마음을 계속해서 표현하고 마음 착한 산드라는 조금 늦어 약혼자에게 밀려난 그에게 연민과 호기심을 느낀다. 결국 에드워드는 다섯 개 주에서 공수한 황수선화로 그녀의 집 앞을 꾸며 사랑을 고백한다. 다혈질에 폭력적인 약혼자에 지쳐있던 산드라는 약혼을 깨고 에드워드와 미래를 약속한다. 




그 유명한 황수선화 프로포즈.




그렇게 인생의 사랑을 시작한 에드워드를 전쟁이 가로막는다. 징집 명령을 받은 그는 하루라도 빨리 산드라의 곁으로 돌아가려 위험한 임무를 자청한다. 그 과정에서 산드라는 연락이 끊긴 에드워드가 죽은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여인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에게 사랑은 그 무엇보다 귀중한 것이었다. 그 후 에드워드는 사교적이고 긍정적인 성향에 맞게 외판원으로 일하며 아내와 아들에게 아름다운 집을 선물한다. 직업상 집을 떠나 있는 일이 많았고 그를 사랑하는 다른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사랑하는 여자는 아내 산드라뿐이었다.



에드워드의 인생을 생각해보면 굴곡지고 맨손으로 일궈낸 삶이었다. 그는 부모님의 보호도 없이 더 큰 도시로 나와 삶을 개척했다. 그는 어쩌면 서커스 단장의 말처럼 시골에서나 유명인사지 도시에서는 쥐뿔도 가진 것 없이 나대는 조무래기였을 수도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옷 몇 벌밖에 없던 그가 젊은 시절 겪은 것은 온갖 어려움과 가난과 전쟁이었다. 그의 인생은 쉽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보통 사람들이 그 앞에서 돌아서는 벽들을 넘어섰다. 




그 평생에 사랑하는 물의 여인, 산드라




이런 인생을 살아내는 데에는 아름답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해받기 쉽지 않은 인생을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 위로했다. 자신의 노력과 어려움을 드러내어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남겼다.



아들 윌은 이제 아버지의 이야기를 이해한다. 그의 인생이 보이고 그의 방식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알았다. 아버지는 평범하게 침대에 누워 죽음을 맞이할 테지만, 그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이제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 아버지는 그의 인생에 마주했던 모든 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아들의 품에 안겨 강에 도착한다. 평생에 사랑하는 물의 여인, 산드라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그는 아들의 품에서 강으로 돌아간다. 그는 아무도 잡을 수 없는 그 커다란 물고기가 되어 강을 유유히 헤엄친다. 그는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 




에드워드가 꿈꾸던 마지막.







+사진 출처는 모두 다음 영화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38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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