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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Jul 10. 2018

나도 너도 예쁘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스포 주의하세요!




르네는 트렌디한 브랜드인 릴리 르클레어 사의 컴컴한 지하실에서 일하며 지상의 로비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르클레어의 얼굴'이 되길 꿈꾼다. 르네는 패션과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고 손재주도 있지만, 통통한 얼굴과 몸매로 늘 자신감은 바닥이다. 게다가 로비 직원은 항상 늘씬한 모델 지망생들이 도맡았다. 달라질 나를 위해 스피닝 클럽에서 격하게 페달을 밟던 르네는 고꾸라져 머리를 부딪힌다. 그리고 일어나 거울을 보니 나는 정말로 달라졌다! 아니, 내 눈에는 세상 최고 미인이 됐다.




세상에! 이게 나에요?!? - 네 손님 그대로인데요..




이 영화에는 주인공의 외모가 기적적으로 달라지는 마법은 없다. 다만 주인공 르네는 머리를 다쳐 어제와 같은 자신의 몸이 갑자기 허벅지는 반쪽, 얼굴은 V라인,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으로 보일 뿐이다. 외모가 달라졌다고 믿는 르네는 걸음걸이부터 달라진다. 세상에, 예뻐지니 사방에서 나를 향해 휘파람을 불고 나를 훑어본다. 이 죽일 놈의 인기는 세탁소에서도 이어져 착하게 생긴 남자가 자연스레 내 번호를 물어보기도 한다. 순번을 물어보는 척, 내 번호를 물었다. 꿈에 그리던 로비 안내 직원에도 지원했다. 아, 물론 르네는 마음만 먹으면 1000% 모델이 될 수 있지만, 그저 릴리 르클레어의 얼굴이 되는 것을 원하기에 이 곳에 뼈를 묻을 생각이다.



르네의 친구들은 그런 르네를 받아주는 것이 쉽지 않다. 르네는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자신을 알아볼 수 없겠지만 놀라지 말라며 그들을 달랜다. 친구들이 보기엔 여전히 내 친구 르네인데, 그녀의 행동은 이전과 너무나 달라졌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친구들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 자신감으로 르네는 처음으로 먼저 연락해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아마도 자라면서 취향과 성격으로 인해 꽤나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은 이 남자 에단은 이 여자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르네를 알게 될수록 그는 점점 그 자신감이 사랑스럽다. 사실 이 남자는 아주 다정하고 좋은 표현은 아끼지 않는 남자다. 르네가 지금까지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주고 존중한다.




나는야 릴리 르클레어의 얼굴!




꿈꾸던 로비 안내 직원으로 새 출발을 한 르네는 옷과 화장품에 가졌던 관심과 지식으로 우연히 상사인 에이버리 르클레어의 마음에 들었다. 에이버리는 선임 대표인 할머니의 인정을 받으려 노력 중이었다. 르네는 그런 에이버리의 추천으로 회사의 새로운 화장품 라인 개발에 함께하게 된다. 늘 자신감을 갖고 꼼꼼하게 주변을 챙기며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르네는 점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르네의 행동은 점점 과해진다. 르네는 친구들이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그들을 도와주겠다며 이상한 어필들을 늘어놓는다. 르네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사람은 화끈하고 섹시한 매력으로 남자들을 꼼짝 못 하게 하며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그 자리에 나온 남자들은 소박하고 오랜 취향을 소중히 여기며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 것을 넘어 따뜻하고 편안한 관계를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점점 친구들은 르네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르네가 자신감을 가졌던 이유는 이전과 같은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머리를 부딪힌 충격으로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미적 기준에 맞춰 정말로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날씬하고 갖출 건 모두 갖춘 몸매에 예쁜 얼굴을 가진 르네는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에 중독되고 자신의 친구들을 괴롭게 한다. 다시 머리를 부딪혀 원래의 모습을 보게 된 르네는 다시 소심해지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에단을 멀리하려 한다. 바뀐 모습으로 에이버리의 앞에 설 수 없어 공들여 만들어온 새로운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 




에이버리 르클레어




하지만 르네가 완벽하다 생각했던 사람들을 보자. 모델 같은 직원들이 넘쳐나고 고가의 화장품을 만드는 릴리 르클레어 사는 르네의 꿈의 회사다. 그리고 회사의 차기 대표인 아름다운 에이버리 르클레어는 르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고공비행을 하는 목소리에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과 방식을 믿지 못하는 할머니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진 상태다. 르네가 의욕을 불태우던 사이클 클럽에서 만난 모델은 아름다운 외모에 친절한 성격까지 갖췄다. 그녀는 간단한 물건을 사러 나온 마트에서조차 번호를 물어오는 남자를 만난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남자 친구에게 차여 힘들어하고 자신의 자존감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르네를 좋아했던 이유는 외모가 아니었다. 그가 늘 밝은 얼굴로 다른 이들을 배려하기 때문이었다. 르네는 한 번 보고 들은 것을 잊지 않고 사람들의 필요와 취향에 맞춰 그들을 편안하게 해줬다. 도도하게 앉아있던 이전의 로비 직원들과 달리 그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물과 빨대를 준비해주고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재밌는 말들을 건넸다. 터프하지 않고 소심한 에단에게 그가 가진 장점들을 발휘하게 해줬고, 에이버리에게 그의 장점을 알려주었다.




귀여운 커플!




그러니까 우리의 인생을 평온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I 'am' pretty가 아닌, I 'feel' pretty이다. 르네가 스스로를 예쁘다고 '느끼게' 된 것은 언제일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달라졌을 때였을까? 세탁소에서 원치도 않는 사람에게 반강제로 번호를 줬을 때였을까? 스스로가 예뻐졌다 믿으며 로비 안내 직원으로 지원했을 때였을까? 실력을 인정받으며 전용기를 타고 새로운 사업을 꾸릴 때였을까?



영화가 끝날 때쯤 르네는 자신의 외모가 사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용기를 낸다. 우리는 각자 다른 매력과 달란트를 갖고 있다. 각자가 해낼 수 있는 일이 다르고 그렇게 성취하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간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세상에서 말하는 미적 기준을 갖춰도 행복할 수 없다. 르네가 진정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이 예뻐졌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예쁜 사람으로 여기게 됐기 때문이다. 진짜 변화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 비밀을 알면서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매일 거울을 볼 때마다 여기 조금 살이 빠졌으면 좋겠고, 여기는 이렇게, 저기는 저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좀 더 예쁘면 사람들을 대하기 더 쉬울 것 같고,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만 같다. 그럼에도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아름답고 씩씩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다른 이들의 재능을 찾아 함께 잘 살아갈 계획을 세운다. 빠지지 않는 살을 원망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내일을 위해 몸을 움직인다. 내일을 고민하느라 오늘을 허비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간다.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다. 







*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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