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
40여년을 일한 회사에서 은퇴한 벤. 그는 캐주얼보다는 정장을 입는 것이 더 편하고, 상사가 퇴근하기 전에는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 당연한, 전통적인 회사의 일상에 익숙한 사람이다. 일흔의 나이에 시니어 인턴이 된 그는 완전히 새로운 문화 속에서도 그만의 규칙을 지키며 이전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유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돌본다.
나는 이 영화의 시작이 좋다. 벤은 은퇴한 자신의 일상을 덤덤히 말한다. 아내를 잃었고, 힘들었다. 은퇴한 뒤에는 허전해서 안 해본 것이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안에는 여전히 연주할 음악이 남아있다고. 나의 인생에 은퇴란 아직이라고. 그리고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한다. 인생이란 '일 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일 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을 때 나는 막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의 진로를 계획하던 때였다. 계속하면 이것밖에 못하게 될 것 같아 두려운 마음에 급히 그만둔 나는 머리속에 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가야 할지 몰라 나의 선택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이 말했다. 일 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일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사랑은 하고 있어도 일은 하지 않고있던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인생이 왜 이렇게 텅빈 느낌이 드는지 분명히 깨달았다. 인생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며 내내 느낀 것은, 벤은 그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일한다. 소속감을 느끼려 아침 일찍 일어나 직장인들 틈바구니에 껴서 스타벅스에 앉아있기도 하고,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손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운동을 했어도 그는 그 자유로움보다는 일하기를 택한다. 매일 일찍 일어나 정장을 입고 오래된 서류가방을 들고 나서 친절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직장인. 일흔의 노인인 벤이 여전히 남성의 매력을 풍기는 것은 친절하고 성실한 그의 이런 태도에서 나온다.
인생 그까이꺼~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그의 아내를 평생 사랑했다. 고작 40여년 밖에 함께하지 못한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의 아내는 영화에 사진으로도 등장하지 않지만 벤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태도만으로도 어떤 사람이었을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녀는 모든 일을 쉽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갈등이 싫어 핵심을 피하고 우물쭈물하는 요즘의 나는 그것이 얼마나 크고 얻기 힘든 능력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혜롭고 늘 벤을 사랑해주었던 아내와 그런 그녀를 사랑했던 벤. 그리고 벤은 떠나보낸 아내를 잊지 않고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다가오는 사랑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피오나(도대체 그 나이에도 매력적인 이유 좀!)와 벤은 정말로 너무나 완전 사랑스럽다.
나는 이 영화의 끝도 좋다. 줄스는 벤의 은근한 도움으로 인생의 균형을 찾아간다. 함께 행복한 인생은 포기에서 오지 않는다. 서로가 함께하며 각자가 사랑하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줄스는 그 균형을 찾아간다. 그리고 벤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으스대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의 일상을 살아간다. 그는 일하고,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돌보며, 자신을 돌보기 위해 운동을 한다. 그게 그에게는 인생이니까.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지 6개월이 훌쩍 지났다. 나는 지금 사랑하고 있고,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가 함께하며 각자가 사랑하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할 그 균형점을 찾으려 하고, 나는 즐겁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작하고 있다. 그게 인생이니까. 그래서 나도 사랑하는 이를 계속해서 사랑하고 사람들을 챙기며 나의 일을 할 어른이 되고 싶다. 그게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