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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Mar 13. 2019

덧, 지난 일 년

2019년 3월 12일



지난 일 년 간 아빠가 살아있는 꿈을 종종 꿨다. 꿈속에서 나는 아빠와 병원에 가거나 아빠가 일하는 것을 말리거나 아빠의 치료를 위해 평택에 가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어떤 때는 아빠가 나무판자 위에 누워있고 사람들이 아빠를 태우려 땔감을 찾아다닌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빠는 살아있다. 아빠는 나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땔감이 있는 곳을 일러주고 가만히 손을 모으고 하늘을 바라본다. 너무 덤덤하다.


이런 꿈을 꿀 때마다 나는 눈을 뜨며 아빠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말하겠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아직 살아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기억을 되새긴다. 장례식과 가루가 되어 통에 담긴 몸, 숨이 떠나던 순간의 아빠를. 아빠는 나의 전화를 받을 수 없고 나는 영영 아빠에게 말할 수 없다. 그 과정을 아침부터 반복해 받아들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렇게 일 년을 지나왔다.


엄마도 이제 저녁에 공부를 시작했고 당일인 오늘에는 다 같이 모이기가 어려워 주일에 미리 납골당에 다녀왔다. 아빠가 정말로 거기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그곳에 가는 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어떤 마음가짐을 위해 다녀왔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얘기했다.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깔깔 웃기도 하고 참으려 했지만 울 수밖에 없는 순간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아빠가 그립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더 나아졌다. 누군가는 금방 잊게 되는 일이지만, 나 또한 이전에는 그런 사람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빨리 나아지려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는 급하게 괜찮아질 필요도 없고 이 감정을 나쁘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서로 함께 슬퍼하고 아빠를 낫게 할 수 있었다는 보장 없는 죄책감은 덜어주고 서로의 매일을 응원해주며 살아가는 방법뿐이다. 우리는 일 년이 지나오며 우리의 상황과 감정을 받아들이고 어떤 안전함을 찾아가고 있다.


아빠의 기일을 떠올리고 먼저 날짜를 찾아보고 나를 알아주는 친구도 있었고, 오랜 친구를 기억하고 울음을 누르며 전화한 아빠의 친구도 있었다. 일 년 전 오늘에는 아빠가 잊힐까 무서웠지만 오늘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우리는 아빠가 바라던 대로 서로에게 힘이 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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