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running for your LIFE

영화 <싱 스트리트>

by 김영지




소년의 세상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막내로 보호받으며 자라던 소년은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꼴통들이 모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부모님은 매일같이 싸우신다. 새 신발을 살 형편은 되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검은 신발을 신지 않는다고 학교 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다니도록 한다. 그리고 그 구렁텅이에서 소년은 소녀를 만난다. 매일 같은 자리에 모델처럼 서서 모델을 꿈꾸는 소녀.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소년은 자신은 밴드의 보컬이라 소개하고 자신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달라고 한다. 밴드 같은 건 없다. 그럼 뭐 어때? 이제부터 시작하면 되지!




첫 만남.jpg 뮤비 주연 해보지 않을랭? 그럼 번호 좀. 빵야빵야





존 카니 감독의 작품들은 모두 아마추어들의 이야기이며 열린 결말로 끝난다. '원스'의 두 주인공은 피아노 한 대를 남기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비긴 어게인'의 그레타는 모든 관계를 떠나 화려한 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는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드라마의 열린 결말에 많은 사람들이 치를 떠는데(영화에서는 잘 만들어진 열린 결말을 꽤나 받아들이는 편이긴 하다) 이러한 열린 결말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관계'를 정리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주인공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아마추어적인 취미를 생각하고, 통쾌한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싱 스트리트'의 주인공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저 어떤 생각의 환기를 넘어선다. 코너와 친구들의 도전을 보고 있자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는 한참 지난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너는 형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재능을 찾고 펼치고, 동시에 보호받지 못하는 라피나를 이끌며 첫사랑의 추억도 쌓는다. 그는 명실상부한 주인공이다. 이제 막 음악을 시작했음에도 각종 장르의 음악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낼 수도 있고, 집안은 어려워도 자신들은 비디오를 찍을 수 있다. 그리고 찐따 같은 우리가 모여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까지 구원할 수도 있다.




첫 연습!.jpg 연습한당 우리




그래도 여전히 코너의 현실은 외롭고 불안정하다. 잘 이겨내는 것 같던 그도 미국식 고등학교 졸업파티 프롬의 컨셉을 생각하며 상상한다. 부모님은 함께 그의 공연을 보러 와 사이좋게 춤을 추고, 그를 괴롭히던 선생님은 그의 노래에 맞춰 텀블링을 한다. 형은 드디어 말끔한 모습으로 집 밖으로 나와 라피나의 전남친을 멋지게 혼내 주고 라피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에게 온다. 그리고 코너는 지금까지 중 가장 밝은 얼굴로 노래를 한다. 그의 노래를.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모든 등장인물이 다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모두 각자의 삶과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어떤 인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어도 영화는 재미있었을 것만 같다. 힘없어 괴롭힘 당하던 아이들이 그럼에도 자신의 할 수 있는 것들을 잊지 않고 밴드에 뛰어들어 재능을 찾아가며 할 수 없을 때에는 이제 시작했다며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밴드를 만들고, 매니저가 되고, 영상 감독으로 개인의 데뷔를 이루며 난생처음 노래를 만들고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것이 자신의 첫 시도인 것과 서툰 것을 숨기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도 숨기지 않는다. 그 순수함에 라피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짙은 화장을 지우고 자신의 맨 얼굴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 안에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간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코너의 형, 브렌든과 코너의 친구이자 밴드 첫 멤버이자 작곡가인 에먼이다. 에먼은 모든 악기를 다룰 수 있으며 어린 폴 매카트니스러운 앳된 얼굴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에 시큰둥하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동시에 에먼의 엄마는 철없는 어른의 모습을 하면서도 에먼이 하는 일을 말없이 지지한다. 쪼그만 애들이 모여 멋도 모른 채 시끄럽게 연주하고 노래를 해도 받아주고 간식을 챙겨주고 그 사이에서 춤을 추며 그들의 노래에 흥미를 표현해준다. 그 엄마를 보며 에먼이 자유롭게 자랐고, 그가 관심 갖는 일을 어떤 식으로 경험할 수 있었는지 볼 수 있었다. 에먼은 코너가 갑자기 찾아와 '노래 만드는 것 좀 도와줘'하면 밝은 얼굴로 '언제든지' 하고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완성해준다. 천재라면 아마 코너보다는 에먼일 것이다.



코너의 형 브렌든은 대학을 중퇴하고 머리를 기르며 세상에 관심 없는 듯 지냈지만, 사실은 굉장한 열정을 안에 품고 있었고 그렇게 가족을 사랑하며 그 안의 열정을 찾아간다. 세상의 많은 첫째들이 그렇듯 그는 부모님과 가족 사이에 있는 어려움들을 온몸으로 겪어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동생들은 조금 편하게 그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그는 안에 있던 열정들은 점차 포기하게 되고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의 조건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가사를 썼다. Go on, be wrong. Don’t sit around and talk it over. You’re running outta time. Just face ahead. No going back now.




형과 나.jpg 브렌든과 코너




영화가 끝난 뒤 내 마음에 울리는 소리는 딱 하나였다. 그냥 해. 이미 와버렸어. 너의 인생을 위해서 계속해. 멍청이처럼 기운 빠진 채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특기인 나에게 이 '그냥 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좌절하고 포기해버리면 훨씬 쉬운 것이 인생이다. 어떤 직업을 떠나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며 내가 나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생각지 않고 살아가면 쉬워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럼에도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접할 때면 나는 잠시라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부모님이 싸울 때면 그 대사를 가사처럼 받아 적던 코너처럼. 라피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밴드를 만들었던 코너처럼.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뭐라도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우리가 아는 진실을 말하는 것. 계속해서 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무언가가 된다.






go now.jpg Go now





*모든 사진 출처는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46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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