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촉촉한 달빛을 하늘 끝에 한 방울 매달았다.
밤에 산책을 나가거나 새벽녘에 운동을 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 습기가 가득한 저녁, 풀잎에는 습기들이 모여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내고 그 물방울은 이파리 끝으로 흘러 하나의 방울을 매달았다. 방울에는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무언가 모를 황홀한 감정이 휩싸였다. 어둔 하늘에 떠오른 노란 보름달이 아름답고 아름다워 취하도록 바라본 이슬은 그 달빛을 담아냈고 아침이 되도록 달빛을 머금고 농축시킨 노란 이슬은 이제 함께 그 길을 오르려고 한다.
달이 풀 끝에 떠오른 것일까? 아침이면 사라질 하늘의 달빛, 풀잎 끝에 매달린 달빛들 또한 하늘의 달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달이 혼자 가는 길은 외로울까 수 만의 방울들이 함께 하늘을 오를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함께 찾아올 저녁은 좀 더 밝은 달빛을 받아 올 것이다.
노란 달빛 머금은
밤 이슬은
둥근 보름달에 취해
날 새는 줄도 모르고
달님 가는 길
외로울까
닿을 수 없는
그 길 올라선다.
오늘도 촉촉한
수만의 달님이
풀 끝에 아롱 맺혀
하늘로 두둥실 올라
촉촉한 달빛을
하늘 끝에
한 방울 매달았다.
Memo: 이 글을 사내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린 적이 있었다. 가장 재미있는 반응 중 하나가 참이슬을 좋아하는 글쓴이의 마음을 읽었다고 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 정말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반응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