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감동이라면 얼마나 기쁠까

005. 대면

by 공글

대면


퇴근할 즈음, 여느 3월의 봄과는 다르게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는 것인지 유리창에는 물방울도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밤이 길어 보이는 오후 6시 즘에, 나는 퇴근 준비를 서두르며 가방을 싸고 있었다. 사무실은 모두 조용하게 퇴근을 기다리며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빛나는 형광등에 사무실은 창밖의 바람을 느낄 수 없었다. 사무실 밖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유리창에 부딪히며, 예사롭지 않은 저녁임을 알리고 있었다.

유리창 밖, 그곳에 있는 나무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이 사무실에, 이 회사에 오기전부터 있었을 것이고 내가 사무실을 옮기고 나서도 아마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영원에 가까워 보이는 존재가 바람에 마치 쓰러지기라도 할 듯이 흔들리지만 뿌리는 고정된 채 평화롭다. 나는 유리창 너머로 이파리만 바라볼 뿐이며 나부끼는 이파리들 속에서 혼란을 느낀다. 나무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나를 바라보며 혼란을 느낄 것이고 그 속에 잔잔한 공기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고정되지 아니한 채 어쩌면 부유하는 그 모습에 나무는 불안과 혼란에 사로잡히나 나는 지극히 평화로운 저녁이다. 나무는 유리창 속에서 스쳐간 수 많은 사람들을 관찰했을 것이고 그들의 정형화된 패턴 속에 나무는 시간을 알 것이다. '짐을 싸는구나', '저녁이 되었구나', '분주해 보이는 구나', '나는 이렇게 자리에 박혀 고정되어 있는데'. 유리창을 통해 고요한 우리는 혼란을 서로 대면했다.



비가 오려나 날이 흐리다

일렁이는 나무만

바람을 안다.

유리창 안의 나는 고요하다.


집에 가려나 보다 그가 분주하다.

일렁이는 자리들만

시간을 안다.

유리창 안의 나는 고요하다.



Memo: 바람에 나무 이파리 하나가 유리창에 떨어져 붙었습니다. 널찍한 이파리가 나를 보며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르게 찰싹 붙었습니다. 마치 눈이라도 있는 거처럼 이파리의 윗 부분에는 구멍도 두개 뾱하고 나 있었습니다. 눈을 마주치자 묘한 감정과 바라보는 그 순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매 순간 속에서 감동적인 부분을 찍은 끄적임은 본 장이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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