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도 찍어두고

001. 그 큰 어둔 방에 점 하나 쿡 찍혀 있어, 나 혼자만 남아

by 공글

어두운 장면은 사실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찍히지 않거니와 셔터를 누르고 머뭇거릴 시간에 그저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기에, 무엇을 찍을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어두워서 더 밝아보이는 불빛이 있다. 어두운 가운데 반짝이는 불빛은 아름다움을 더한다. 지금은 밝은 낮이라면 어두움 또한 하나의 기억으로 남겨둘 수 있고 평소에는 찍기 어려운 희귀한 사진이 된다. ‘아 이때는 어두울때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구나’ 그 자체로 하나의 사진이 나오게 된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사진일지언정 시간이 지나고 빛에 얼핏 비춰보면 웅크려 있는 내가, 헤엄쳐 가고 있는 내가 어려풋이 사진에 보였다.



큰 어둔방에 점 하나 쿡 찍혀 있어 나 혼자만 남아 있더라


사람들은 저마다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 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음주가무를 통해 고난을 잊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의 무게를 줄이기도 하고 혹자는 당시의 감정을 글로 기록해 두기도 한다. 나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면 청소를 했다. 그것도 대청소를 작정하고 했다. 군대에서 무언가 자책감이 들 때(지금 생각해보면 사소할 수 있는 일이다. 총을 조금 잘 쏘지 못하였거나, 휴가증을 세탁기에 돌렸다거나 하는 등의 일이었다.) 관물함을 다 들어내어 다시 각을 잡고 청소를 했다. 내가 있는 침대와 관물함을 제외한 내무반은 공용공간이니 내 마음대로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하고 나의 개인 공간을 철저하게 청소했다. 그렇게 청소를 하면서 마음도 정리되고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주문을 외울 시간도 벌었다. 전역을 하고 나서는 방이나 집을 청소하며 기분을 전환했다. 무언가 정돈되고 깨끗해지는 모습이 복잡한 머릿속과 대비되며 외적으로라도 안정감과 정돈됨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 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에 한창일 무렵에는 글을 끄적이며 스트레스를 풀고는 했다. 하지만, 저녁 노을이 지는 때에는 항상 뿌듯한 감정이 들면서도 무언가 모를 고독함이 밀려오며 풀어지지 않는 근원적인 스트레스가 엄습해 올 때가 있었다. 외로움을 타거나 우울함을 가지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홀로 있다는 감정 자체는 분명 했다. 무언가 머릿속이 복잡해서 이런 감정이 드는가 하는 생각을 하였고 그럴 때마다 외적으로는 청소를 하며 주위를 정돈 했고 내적으로는 필요 없는 생각을 지우는 연습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그리하였다. 그렇게 툴툴 털어내고 나면 깔끔하고 시원한 마음일 줄 알았다. 적어도 군대에서 관물대를 치울때와 내 방을 정리할 때는 그랬다. 더 고독한 마음이 들 줄은 몰랐다. 정돈된 마음에 그렇지 못한 자아는 어둔 방에 쿡 찍혀 있는 점 하나를 만들어 냈고 그 어둔 방은 깨끗함이나 한적함이 아닌 밀도 높은 점성을 가진 무언가가 나를 옥죄여오는 하나의 ‘가득함’ 이었다. 사실 무얼 한 들 고독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지저분한 마음 정리할까

창문 활짝 열고

마스크 끼고

찬찬히 들여보니


온갖 잡스런 물건 투성이더라

곰팡내 슬픔

먼지 쌓인 기억

색 바래 버린 웃음까지


탈탈 털어 비우고 비워

다시금 깨끗해진 마음에


한껏 웃을 줄 알았더니

한껏 시원할 줄 알았더니


웬걸

빈 이방에

공허함만 가득

숨 조여오게

차 버렸더라


그 큰 어둔 방에

점 하나

쿡 찍혀 있어

나 혼자만 남아 있더라.



memo: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 였습니다. 사실 글을 끄적인 건 힘든 마음이 들 때 끄적이기 시작한 내용이 시초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어두워도 찍어두면서 나중에, 한참 나중에 웃으면서 그 기록을, 사진을 보기 희망하며 끄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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