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매일 밤 동산에 올랐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너무나도 신비스러워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바로 옆에 있어도 (심지어 아이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아이를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이를 눈치채도 아이는 금방 사라져 버리거나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아이를 봤어도 뭔가를 잘못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할아버지가 아이였을 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아이였을 때도 별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아이는 그보다 더 오래전에도 아이였을지 모른다. 아이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똑같은 모습으로 산에 올랐다. 매일 밤, 쏟아질 것 같은 은하수를 바라보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역시 아무도 모른다. 아이는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쭉 아이의 모습으로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빠르고 무심히 변해버렸다. 별은 더 이상 뜨지 않았다. 아니, 지구라는 행성에서는 더 이상 별을 볼 수 없게 됐다. 옻으로 칠한 듯 검었던 밤은 이제 별과 달이 없어도 환해졌고 계절은 더 이상 계절이 아니었으며 거리에는 조작된 사람과 고철덩어리들로 넘쳐났다. 이제 별을 좋아하는 아이를 보았다는 사람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백발의 노인이 동산을 찾았다. 노인은 다 늙어서 지팡이가 없으면 제대로 걷기 조차 힘들었다. 노인의 숨은 가빴고 어떻게 봐도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은 힘겹게 동산을 올랐고 나무 밑동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서 아이가 무릎을 가슴팍에 모은 채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아이의 모습, 노인은 놀라 이제는 노쇠하여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기도 힘든 몸으로 바삐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이야, 왜 울고 있는 거니?"
"이제 더 이상 별을 볼 수가 없어"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노인은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별이라고? 별은 우주에 나가면 볼 수 있단다, 우주에 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잖니"
"아니야, 우주가 아니라 나는 여기서 별을 봐야만 해"
신비스러운 아이의 모습, 노인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한 세월을 견뎌온 노인의 경험과 노인의 냉철한 판단과는 다르게 노인은 직관적으로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이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아니, 이 행성에서 볼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은 눈 앞에 있는 아이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신비스러운 아이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의 태도를 보이고 싶었다. 보호해주고 싶었다. 노인은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던 노인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아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이가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아이의 붉은 뺨과 눈두덩이에는 별빛처럼 눈물방울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이야, 저길 보렴, 저 동산 아래에 화려하게 반짝거리고 있는 도시의 야경을 보렴, 마치 밤하늘의 별이 저기 저 아래로 떨어져서 빛나고 있는 것 같지 않니? 별은 없어진 게 아니라 저기 아래 있단다. 별을 보고 싶다면 이제는 하늘이 아니라 아래를 보면 된단다. 별은 아직도 빛나고 있단다."
노인은 내심 본인의 말에 감탄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좋은 말인 것 같았다. 노인은 이제 아이가 밤하늘의 별이 아닌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의 조명을 좋아하게 될 거라 믿었다. 그리고 이 신비스러운 아이에게 가르침을 준 자신의 모습도....
"아니야!, 별이 떨어져서 저기가 빛나고 있는 게 아니야. 저 도시의 빛이 별들을 다 잡아먹은 거란 말이야! 이제 영영 나는 별을 볼 수 없다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