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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태 Jun 12. 2019

마음속 혼잣말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에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책의 제일 첫 장에서 말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시가 단지 ‘마음속 혼잣말’에 불과하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한 사람의 ‘혼잣말’에 이렇게도 어지러워했고 슬퍼하였으니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혼잣말이 말입니다. 말을 할 상대가 없으니, 아니 설령 있다고 하여도 차마 이야기할 수 없으니 중얼거리는 것 밖에 안 되는데, 속에서 차오르고 차오르던 것들을 도저히 내뱉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누군가 듣지 않았으면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섭섭하고 외로워서 하는 말 아니던가요.      


 혼잣말이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단지 자신만의 이야기인 것도 같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오로지 ‘한 사람’의 이야기일 수 없듯 ‘혼잣말’은 중얼거림으로만 남을 수는 없지 않던가요. 비단 ‘시인’의 중얼거림이나 ‘저’의 중얼거림뿐만 아니라 당신의 ‘중얼거림’ 역시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당신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빌려 말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글을 쓰고 싶다고 말입니다. 혼자 맛있는 걸 먹을 때, ‘맛있다’라고 내뱉듯 그리고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때 거기 맛있더라.”라며 나의 중얼거림을 알려주듯 말입니다. 가능하다면 그때 느꼈던 나의 감정을 선명하고 오롯하게, 그때의 공간과 색감과 온도를 고스란히, 가장 정확하고 선명한 말들을 고르고 담아내어 누군가에게 건네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너의 중얼거림은, 만족스럽냐고, 누군가 제게 물어본다면, 저는 고개를 가로저어낼 겁니다. 그리고 민망하다는 표정과 어색한 웃음을 지어낼 것입니다. 아직도 중얼거림은 어렵습니다. 아니, 진실로 중얼거리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내뱉는 건 쉬워도 진정으로 내뱉기란 참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잘 중얼거리고 싶습니다. 중얼거림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살아갈 힘은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너의 중얼거림은 만족스러웠냐는 말에는 고개를 가로젓겠지만 그래도 잘 중얼거리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삶은 만족스럽다고 답 할 것입니다. 언젠가 삶의 어느 부분에서는 잘 중얼거릴 수 있으면 합니다.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만 이 욕심만은 꼭 부리고 싶습니다


 *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 지성, 2017)

**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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