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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태 Jun 25. 2019

잘 살아낸다는 것

잘난 거랑 잘 사는 거랑 다른 게 뭔지 알아?     

못난 놈이라도 잘난 것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나 여기 살아있다, 나보고 못난 놈들 힘내라”     

이러는 게 진짜 잘 사는 거야     

잘난 건 타고 나야 되지만

잘 사는 건 너 하기 나름이라고

      

드라마 <눈이 부시게> 中






 얼마 전, 대학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대구에 왔으니 보자고, 나는 바쁘다는 핑계를 됐다. 솔직히 시간을 만들면 만들 수 있었지만 영 마음이 나지 않았다. 굳이 여유를 내어 보고 싶지 않았다. 녀석이 너무 잘나갔기 때문이다.


 스무 살, 대학 동기들 몇과 함께 한 회사를 목표를 했다. 학교에서도 지원하고 급여나 복지가 좋은 회사이니, 꼭 같이 입사를 하자고 했다. 강의시간 이후로도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모여서 공부를 하고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했다. 군대 후에도 복학 시기가 맞아서 같이 학교를 다녔다. 학점이 잘 나왔던 나는 시험기간만 되면 늘 무언가를 가르쳐 주곤 했었다. 솔직히 나는 그 회사에 취업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고 몇몇은 안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내가 자퇴를 했다. 그 회사에 취업을 하면 돈은 잘 벌 수 있겠지만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 나는 ‘돈’은 못 벌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거라며 학교를 떠났고 나를 말리던 동기들은 묵묵히 남았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동기들이 전부 그 회사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sns에 올라오는 동기들의 생활은 물질적으로는 안정돼 보였다. 좋은 차를 타고 좋은 곳을 다니며 좋은 것을 먹고 있었다. 반면에 나는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있지만 생계를 걱정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차도 없고 보잘 것 없으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며칠을 심란해하다 같이 일하고 있는 선배에게 털어났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그러더니 선배가 그랬다. 자기도 그랬다고. 근데 지금은 별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또 행복하니 그거면 된 거라고, 그러니 너도 언젠가 너의 삶을 행복하게 살면 괜찮지 않겠냐고 했다. 


 “내 친구는 대기업 부장인데 가끔 봐, 근데 그 친구는 내가 부럽단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서,  나보다 돈은 5~6배나 잘 버는 놈이“

     

 선배는 그러고 내게 물었다. 지금 불행하냐고,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단지 좀 힘들 뿐이라고 했다. 불행하지만 않다면 됐는데 힘들고 그런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우린 웃었다.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웃음이었다. 사실 이 길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도 나보다 앞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동기를 만날 용기가 없지만 언젠가는 당당히 만나고 싶다. 경제적 여건이 아닌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 때 말이다. '나 여기 살아있다, 나보고 못난 놈들 힘내라, 이 삶도 나쁘지 않다. 그러니 용기를 가져라.  근데 돈은 못 벌어서 힘들 거다, 각오해라 하하' 같은 말을 당당히 하고 싶다. 어떻게든 잘난 놈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잘 살아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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